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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가을 편지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8. 14. 00:19

가을 편지 / 나호열

 

 

당신의 뜨락에 이름 모를 풀꽃 찾아 왔는지요

눈길 이슥한 먼 발치에서

촛불 멀어지듯 그렇게 당신을 바라보는 꽃

 

어느 날 당신이 뜨락에 내려오시면

이미 가을은 깊어

당신은 편지를 읽으시겠지요

 

머무를 수 없는 바람이 보낸

당신을 맴도는 소리 죽인 발자국과

까맣게 타버린 씨앗들이

눈물로 가만가만 환해지겠는지요

 

뭐라고 하던가요

작은 씨앗들은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세요

그냥 상처는 웃는다라고

기억해 주세요

 

당시의 뜨락에 또 얼마만한 적막이 가득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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