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 나호열
지조 놓은 선비 하나가
휘적거리며 잘못 헛발 짚어
왁자지껄한 바퀴소리와 발자국에
짓밟혀, 큰 소리 한 번 내지 못하여
그러나, 그러나 말이다
이 남루 더럽다고 말하지 말아라
짓밟은 놈은 누구고
더럽혀진 발 뭉개고 가는 너는 누구냐
높이 자란 소나무 가지에 걸려 있던 눈송이가
걸껄 웃으며 또 한 번 팍!
내리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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