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월을 추억함 / 나호열
먼 길을 돌아 벼랑 앞에 선 사람아 아느냐,
험한 비탈 비스듬히 발목을 묻은 나무들의 올곧은 마음을,
왜 서로 기대지 않고 왜 서로 어루만지지 않고 왜 서로 바라보지 않고
그저 그렇게 하염없이 멈추어 서 있기로 하였는지
묶였다 풀려지는 바람 같은 그 손길, 그 구름, 그 날의 장대비
火傷이 되어 꽃이 피고 잎들이 무성했다.
한숨 같은 정적의 香氣 어쩔 수 없이 丹楓들기도 하였지만
먼 길을 돌아 벼랑 앞에 선 사람아 아느냐,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비스듬히 세상을 잡은 나무들의 追憶을,
온 몸 푸른 상채기, 흘러가는 세월만큼
가슴에 긋는 비수 한 자루 어디 있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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