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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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거기에 있었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5. 26. 18:18

거기에 있었다 / 나호열

-용장사지 3층 석탑

 

 

내가 걸어왔던 길을

가시덤불 헤치며 다가오는 사람아

이 절벽을 오르기 위해서는

한번은 푸른 하늘을 보아야 하리

공손히 허리를 굽혀야 하리

몇 번인가 무너져서

소리 없이 흩어지고 싶었으나

허공의 깊은 힘이

천 년을 떠받들고

앞으로도 천 년을 그래야 한다는구나

옛 강물은 멀리 흘러 바다로 갔는데

잔 물결은 이제야 강 기슭에 닿아

시름 깊은 갈대의 발목을 잡아주는데

오늘도 바람은 어김없이 와서

그만 네 옆에 주저 앉으라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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