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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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안개의 바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3. 25. 23:49

 

안개의 바다

 

 

밤이 그토록 깊었던 까닭을

길을 잡고 나서야 알 것 같았다

출렁거렸고 아득한 멀미에 잠 이루지 못했던

꽃봉오리의 개화를 문득 깨닫게 되었다

 

덕산에서 면천, 면천에서 당진으로 가는 길

꽃 향기가 빛을 내고 그 빛이 바다를 이루고

섬처럼 마을이 옆구리를 스쳐지나가고

몇 번인가 길을 놓치고 이윽고 편하게

발걸음을 그 빛 위에 올려놓자

비로소 한 자루의 촛불로도 세상이 눈물 나는 것임을

느린 걸음으로 마주치고 말았던 것

그윽하게 한 걸음씩 몇 갈피의 긴 이야기를

먼 곳으로 내밀어 두어도 아깝지 않은

안개의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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