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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시킨 일 2011

낭만에 대하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3. 3. 27. 00:19

 

낭만에 대하여

 

 

낭만이라 찻집은 바닷가에 있다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문은 항상 열려 있다

대부분 서서 있게 마련이지만

음악은 늘 신선하다

적당한 소금기를 머금은 바람처럼

테이프는 조금 늘어져 있다

며칠씩 묵고 가는 사람은 없다

밀물이 오면 지워지는 발자국 몇 개 남기고

갯바위에 붙은 따개비를 헤적거리다가

추억 속에 노을을 엎지르고 황급히 길을 되짚는다

아무 것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끝이 보이지만

빈 그물 속에 끌려 들어온 바다를

버리지 못해 한 평생 끌탕을 하는 어부들에게

수평선은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지만

방파제 끝이 바다의 시작인 것을

 

낭만이라는 찻집은 바닷가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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