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무식하고 그 치기어린 시기를 지나서 80년대에 정식(?) 시인이 되어 몇 년 지나지 않아 시인에 대한 환상이 깨져 버렸다.
권력을 도모하기 위하여 술수를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을 선배로 모시기 보다는 혼자 걸어가는 문학의 길이 더 호젓해 보였다.
뒤늦게 깨닫고 그래서 남보다 느린 발걸음을 지녔을지라도 그 때의 나의 판단이 그르지 않았음이 유일한 나의 위안이다.
노래를 잘 부른다고 다 가수라고 하지 않듯이 시 좀 쓴다고 해서 다 시인의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끊임없는 표절, 인지도가 높아지면 위 아래 구분 못하고 거들먹거리는 사람들, 자신이 쌓아놓은 명예에 덧칠하듯 글을 써대는 사람들을 어찌 시인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나는 시가 궁극적으로 시를 쓰는 사람의 인격을 드높이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비싼 골프채를 가졌다고 골프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좋은 벼루와 붓을 가졌다고 명필이 되는 것이 아니듯이,
재주가 있다고 만고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아니리라.
아는 만큼 쓰기 전에 나는 나에게 되묻는다. 그 알음이 진정 너의 것이냐? 그 알음으로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
그래서 나는 쓰다가 말고 쓰다가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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