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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뮤노스가 그린 『일러스트 이방인』의 한 장면. [사진 책세상]
권근영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문화스포츠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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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960년 1월 4일, 프랑스 파리 어귀 7번 국도. 자동차 한 대가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친구가 운전하던 이 차에 동승한 알베르 카뮈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47세,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3년 뒤였다. 가방엔 첫 장편 ‘최초의 인간’의 육필 초고가, 주머니엔 쓰지 않은 기차표가 들어 있었다. 남프랑스 루르마랭에서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낸 카뮈는 가족들과 기차로 파리에 돌아갈 계획이었다. 마침 친구 부부가 차편으로 간다며 동행을 권했다. 당시 이를 두고 ‘부조리 작가의 부조리한 죽음’이라는 기사도 나왔다.
#3. 1994년 딸이 정리해 출간한 유작 『최초의 인간』 앞머리엔 이런 장면이 있다. 마흔 살 남자가 스물아홉에 세상을 떠난 아버지의 무덤을 처음으로 찾는다. “ 그러자 그때 문득 굽이쳐 와서 그의 가슴속을 가득 채워 놓는 정다움과 연민의 물결은 고인이 되어버린 아버지를 향하여 아들이 느끼는 영혼의 충동이 아니라 억울하게 죽은 어린아이 앞에서 다 큰 어른이 느끼는 기막힌 연민의 감정이었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한 살 때 아버지를 잃은 자기 얘기였다.
#4. 22년 만에 『이방인』을 펼쳤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방인』 출간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일러스트판이다. 책은 어느덧 할아버지뻘이 됐고, 많은 독자들이 카뮈가 이 책을 썼던 스물아홉을 넘겼다. 호세 뮤노스(70)는 검정만을 사용해 작열하는 태양의 세계를 그렸다. 왼쪽 그림은 뫼르소가 종일 재판을 받고 형무소로 돌아가는 장면이다. “ 어두컴컴한 호송차 속에서 나는 내가 좋아하던 한 도시, 그리고 이따금 스스로 만족감을 느꼈던 어떤 시각의 귀에 익은 그 모든 도시들을, 마치 자신의 피로한 마음속으로부터 찾아내듯이 하나씩 다시 들을 수 있었다.”
엄마의 죽음에서도, 살인에서도, 자신의 생사를 결정하는 재판에서도 남 일처럼 굴던 뫼르소가 비로소 무관심을 깨고 살아있음을 느끼는 장면이다. 자기를 응시하는 뫼르소의 얼굴이 저자를 닮았다. 살아있다면 100살이 됐을 카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