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월滿月 / 나호열
마음에 등을 달아 놓으려다가
그만
바람결에 끈을 묶어 놓았다
헤진 솔깃 기울 수 있을 만큼만
한 팔 뻗쳐 문 여밀 수 있을 만큼만
불 밝혀 놓으면
길고 모진 밤도 서럽지 않아
너울대는 그림자도 친구가 되지
바람 따라
날아가 버린 등은
저 혼자 차올라서
고개 마루턱에 숨차게 걸려 있다
이 밤
먼 길 떠나려는 사람의 발 밑에
또르르 굴러가는 이 마음은
왜 이리 시리기만 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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