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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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장엄한 숲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1. 3. 22:48

장엄한 숲 / 나호열

 

 

 

언제 눈 비 온다고 피한 적이 있나요

언제 마주 오는 사나운 바람에 맞서지 않은 적 있나요.

한 사람의 하늘을 우러를 수 있도록

한 걸음도 비켜서지 않는 나무는

팔들을 위로 뻗치고

늘 고개를 땅으로 떨구어야 합니다.

머리 위에 둥지를 튼 새들은

때가 되면 멀리 떠나가고

탐스럽게 익은 열매는 지나가는 사람의 몫

당신은 오지도 가지도 않는 나무에

무엇 때문에 올라 오셨는지요

당신은 나를 흔들어 깨울 수 있지만

나는 당신을 흔들어 떨어뜨릴 수가 없지요

새처럼 가벼웁게 발자국 하나 남기지 않고 떠나지는 마세요

당신의 온 생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대를 향한 손길이 부러지고 말겠지요

나무는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도처에 눈빛 형형한 당신을 마주치기에는

너무 못난 얼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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