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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를 사랑하는 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8. 18. 19:15

 

독도를 사랑하는 법

 

                                                    나호열

 

 

 

우리나라를 흔히 반도국가라고 말한다. 대륙의 끄트머리, 더 이상 디딜 땅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반도국가의 운명은 풍전등화와 같고, 수많은 外侵에 시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는 숙명론으로 귀착되기 일쑤다. 그러나 뭍의 끝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는 거꾸로 바다의 시작이라는 웅대한 꿈으로 바꿀 수도 있다. 그리스 Greece 는 반도국가다. 그러나 서양문명의 발상지가 그 반도였고 그 아테네나 스파르타의 발흥은 바다로 그들의 역량을 펼쳐 나간데 있다. 현대에 이르러 그리스는 서구에서는 변방의 국가로 전락해 버렸지만, 선박왕이라 일컬어졌던 오나시스 일가가 대규모 무역선단을 보유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들의 해양에 대한 열망이 어떠한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20세기를 지나면서 제국주의적 영토 확장은 종말을 고하게 되었고, 그 대신 강대국들은 해양자원의 확보에 치중하면서 대룩붕과 섬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국가가 일본이다. 일본은 섬나라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부존자원이 부족하여, 석유와 같은 에너지를 바다에서 찾으려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열도에 이어진 태평양 상의 섬들을 놓고 중국, 대만, 필리핀등과 분쟁을 거듭하고 있는데, 이는 차후 島嶼의 확보가 곧 영토의 확장이며. 확보된 해양의 부존 자원을 개발함으로서 국가경제를 튼튼히 하고자 하는 장기적 포석에서 계획된 것이다. 그래서 일본은 역사적 증거가 확실함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獨島의 영유권을 주장하게 되는 것이다.

 

 인류 역사상 영원한 동맹도, 영원한 敵도 없는 것이 냉엄한 국제관계이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나라가 어쩔 수 없이 서로 어깨를 맞대고 살아야할 이웃들이지만. 우리의 힘이 약화되었을 때, 특히 우리의 정신적 단결력이 약화되었을 때, 그들은 가차 없이 침략의 마수를 들이대곤 하였던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의 국력이 어느 정도 신장되었음은 부인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중국, 일본과 대등한 국력을 쌓아올렸다고 자부하기엔 힘이 벅찬 것이 사실이다. 아직 정론으로 확정된 것이 아니지만, 1592년에 발발한 임진왜란이나, 1910년의 한일합방은 우발적이고 단기간에 벌어졌던 사건이 아니고 장기적이고 치밀한 사전준비 끝에 이루어진 사실이라는 주장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될 것이다.

 

 참으로 집요하게 야기되었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최근에 이르러 독도 근역이 한.일 양국의 공동어장으로 개방되는 사태까지 진전되어 자칫 독도의 영유권 분쟁에 있어 일본이 주도권을 행사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올해 들어 프랑스 정부는 일본의 집요한 외교 활동으로 지도상에 동해와 일본해를 동시표기로 한 방침을 철회하고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기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한국정부에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일본이 동해를 마다하고 그토록 일본해를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장차 그들의 독도 영유권 분쟁시 유리한 고지를 선정하기 위한 책략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망언이 전해질 때마다 잠시 동안 비분강개하여 온 나라가 들썩거리지만, 오래지 않아 우리의 뇌리에서 깨끗이 지워버리는 고약한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외교 관례를 들어, 일본과의 무역전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양보를 거듭하고 있고, 독도의 실상을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알리고 국론을 집약시키는 일에는 노력을 게을리하고 있다.

 

 다행히 국내외의 개인과 몇 몇 단체가 분연히 일어나 독도의 오늘을 만방에 알리는 눈물겨운 노력을 경주하고 있지만, 아직도 전 국민의 관심과 국론을 집약시키는데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는 여행을 즐기고 곳곳의 산천을 누비며 역사를 바로 알고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을 공고히 하려고 노력해 왔지만, 불행하게도 독도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으니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독도가 속한 울릉도도 최근에 이르러서야 관광객들의 발길이 머무르는 현실에서 6만 평이 채 안되는 천애절벽으로 둘러쌓인 巖島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정부는 어쩐 일인지 독도의 入島 허가를 쉽사리 내 주지 않으므로 나와 같은 일반 국민이 독도를 찾는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백두산의 정기를 받은 민족이기에 백두산 등정을 누구나 열망하고 있다. 남쪽으로는 마라도, 그 너머의 전설의 섬 이어도에도 태극기가 펄럭이는데 동쪽 끝 독도의 해돋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통탄스런 일이 아닌가! 민간인들의 노력으로 독도에 호적을 올리고, 독도 고유의 우편번호가 개설되는데, 나라를 이하여 노심초사한다는 이 땅의 정치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역사학자들은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근거를 찾아내고 연구하여 일반 국민들이 그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연구업적을 공유해야 하고, 국제법을 전공하는 학자들은 영토분쟁을 이겨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독도에 괸련된 모든 정보를 우리 국민들이 공유할 때 그 힘은 열 배 천 배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이 되기 전까지, 북한은 백두산을 중국으로부터 지켜내어야 하고, 남한은 독도를 일본으로부터 지켜내어야 한다. 우리 후손들이 선대들의 나라사랑을 본 받고 만대에 복록을 누리게 하려면 독도 지키기 운동이 일 년 열 두 달 그 깃발을 펄럭이게 하여야 한다.

 

 매 학기 수업이 시작될 때 나는 학생들에게 독도에 대해서 그들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대답은 한결같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의 땅 독도를 어떻게 지키고 사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선생인 나도, 학생들도 할 말을 잃는다. 올 봄 첫 수업 때 한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 모든 학교가 수학여행을 독도로 가도록 합시다!’ 실내에 갑자기 박수와 환호가 가득했다.

 

 

 그에게 쓰는 편지

- 독도에게

 

귀소본능을 잃어버린 도시의 비둘기처럼

우울하게 회색빛 하늘을 맴도는 편지가 있다

그는 늘 그 자리에 변함없이 기다리는데

거센 바람 때문이라고

길을 찾지 못했다고

후두둑 굵은 빗줄기가 한 차례 쏟아진다

지상에 닫기도 전에

더러운 눈물이 되어버리는 편지는

복개된 미래를 향하여 쏜살같이 사라진다

너는 외롭다

너는 높고

너는 쓸쓸하다

백지 위에 다시 나는

너의 이름을 적는다

너의 주소는 언제나

텅 빈 나의 가슴이다

 

 

이 글은 2003년 독도사랑협의회 간행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 散骨하고』에 서문 격으로 수록된 글이다.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 散骨하고』는 고대진(시인, 미국 거주), 박정순(시인, 캐나다 거주), 오정방(시인, 미국 거주), 이생진(시인), 편부경(시인)이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