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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은 칼보다 강하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2. 25. 20:49

 

펜은 칼보다 강하다

 

나호열(시인,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펜은 칼보다 강하다’는 명언은 19세기 영국의 소설가 리튼Lytton의 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설에 의하면 프랑스의 정복군주 나폴레옹 Napoleon이 처음 썼다고도 합니다. 작고한 어느 시인은 그의 저서에서 나폴레옹의 명언으로 이 문장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리튼은 작가이므로 작가의 신념에서 문 文의 우위가치를 주장한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나폴레옹과 같은 무인 武人의 입에서 나온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는 깊이 생각해 보아야할 여지를 남기고 있음은 분명해 보입니다. 무력을 통해서 유럽을 정복하고자 했던 나폴레옹이 인간성의 핵심이 정서 情緖, 즉 문화 文化에 있음을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은 권력의 한계와 무한성을 인식하면서 무력 武力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진정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에는 아무런 소용이 되지 않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오늘날에 있어서의 무력은 경제력으로 환치되면서 한 국가와 개인의 척도가 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문 文으로 되는 교양인의 가치는 축소되고 권력과 재화를 가진 자들이 예전의 무력 武力을 대신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는 제어할 수 없는 물질적 소유욕 때문에 경쟁과 갈등이 심화되고 급기야 약육강식의 살벌한 싸움터로 삶을 끌고 가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밖에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현대사는 해방 이후 전쟁으로 말미암은 민족과 국토의 분단, 절대빈곤으로부터의 탈피, 물밀듯 밀려오는 외세의 압박을 견뎌내고 극복해야하는 난제의 연속이었습니다. 동두천은 그 상징으로, 이와 같은 우리 현대사의 슬픈 표정을 대변하는 지역으로 인식되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철책선을 지척에 두고 불안을 감싸 안으면서 수 천 년 내려 왔던 고유한 동두천의 문화를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동두천을 사랑하고,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황폐한 정신에 강인한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은 지 어언 20년, 오늘의 동두천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숭엄함을 노래하고 어울림이 인간사의 가장 가치 있는 일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 문화의 도시로 빛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습니다.

 

동두천문인협회를 중심으로 한 문학 활동은 동두천에 뿌리내린 시인, 작가들의 애향정신과 접목된 예술혼의 접합과 융기로 이제는 울울한 숲을 이루는 장대한 역사를 이루어내게 되었습니다. 어느 지역보다 문예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동두천 시정 市政 또한 오늘의 동두천 문학을 일구어내는데 큰 힘을 보태었음을 기억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2011년 동두천 문학을 집약하고 결산하는 『동두천문학 14집』의 발간은 마땅히 축하와 격려를 받아야 할 줄 압니다. 동두천의 시인, 작가 여러분의 시 한 줄, 문장 하나가 동두천 문화의 초석이 됨은 물론 동두천 역사 歷史를 증언하는 경전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동두천문학』은 동두천 시민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동두천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세상에 알리는데 앞장 서는 역할을 기꺼이 수행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동두천을 대표하는 동두천의 문인들이 한국 문학을 이끌어가는 선도자가 될 수 있도록 절차탁마 切磋琢磨의 수련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한 톨의 낟알에 들어있는 자연의 숨결처럼 『동두천문학 14집』 또한 동두천을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사랑이 가득함을 느낍니다.

 

『동두천문학』을 아끼고 사랑하는 여러분과 함께 『동두천문학 14집』의 발간을 축하드리며 동두천문인협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2011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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