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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과 봉사의 진실한 고백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0. 29. 11:46

 

헌신과 봉사의 진실한 고백

-김대억 목사의 『걸어가고 싶은 길』

나호열 (시인,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김대억 목사님과 교유하게 된 지도 십 년이 넘었다. 내가 관여하던 독도사랑협의회의 일로 토론토를 방문하게 되었을 때 목사님은 초면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환대와 격려를 베풀어 주셨으며 이후에도 우리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시고 수 만리 태평양을 건너고 미대륙을 횡단하는 소식과 관심을 보내 주셨다.

 

김대억 목사님은 카나다 이민 일 세대로서 40여 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신고를 겪으신 분이다. 영문학도로서 대학 강단에 서기를 꿈꾸었던 그가 목회자의 길로 들어선 것이 나와 같은 범인 凡人의 입장에서 볼 때에는 그가 감내했던 타국에서의 곤고한 삶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인간 됨됨이는 목회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이민자들은 언어와 관습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과 난관에 봉착하기 마련이고 특히 일상에서 부딪치는 법률적인 무지로 말미암아 생활 기반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김대억 목사님은 교민들의 이런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으시고 법률 자문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 분이다. 그동안 틈틈이 이민자들의 고민과 갈등을 치유하는 여섯 권의 저술을 펴냈으며, 컬럼니스트로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므로서 한국인의 뿌리를 망각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것이다.

 

나는 몇 년 전 김대억 목사님의 저서 『성서 속의 여인들』(신약편, 구약편)의 감수자로서 성서를 새롭게 통독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으며 이번에도 『걸어가고 싶은 길』을 출간 전에 감상할 수 있는 기쁨을 누리게 되었다. 삶 자체에 감사하고 타인들에게 헌신하는 생활의 편편이 진솔하게 담겨져 있는 『걸어가고 싶은 길』은 어쩌면 이미 김대억 목사님이 걸어왔던 길의 되돌아 봄의 의미일 지 모른다는 생각을 갖는다.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Lee Frost의 가지 않는 길의 마지멱 연을 상기해 보자 I shall be telling this with a sigh/ Somewhere ages and ages hence:/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우리는 오직 한 길만을 갈 수밖에 없는 까닭에 가보지 않은 나머지 한 길에 미련을 둘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은 어려운 길을 걸어간 사람은 오히려 그 누구도 누릴 수 없는 기쁨과 평화를 가득히 안을 수 있을 지 모른다.

 

김대억 목사님의 한 평생은 범인 凡人들이 감히 실천에 옮기기 힘든 헌신과 봉사의 길이었으며 ‘걸어가고 싶은 길’은 그가 선택한 길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이 다할 때까지 변함없이 걸어가야 할, 과거로부터 미래로 이어져 있는 초지일관의 길인 것이다.

 

『걸어가고 싶은 길』은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한국인의 긍지와 자부심을 잃지 않는 굳건한 기개를, 카나다 교민들에게는 어떻게 이민의 성공적인 활착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지혜를 선사해 줄 것으로 믿는다

 

더 나아가 『걸어가고 싶은 길』이 혼돈과 무질서가 지배하는 불확정시대의 복음으로서 우리의 머리맡에 가까이 두는 즐거움을 우리 모두 누릴 수 있기를 기대해 마지 않는다.

 

2011. 10

 

도봉산 우거에서 나호열 식

 

 

 

 

 

본받고 싶은 사람

Derek Jeter

김대억 (목사)

 

지난 9월 11일 뉴욕시의 양키스 구장에서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그 날 저녁 오리엘스와의 경기에서 3회 말에 1번 타자 데릭 지터가 우측으로 빠지는 안타를 친 것이다. 그것은 철마(Iron Horse)란 별명을 지난 양키스의 전설적인 선수 루 게리가 1939년에 세운 안타 기록 2,721개를 넘어서는 지터의 2,722번째의 것이었다. 그가 이 역사적인 히트를 치고 일루에 진출하자 구장에 모인 46,771명의 관중들은 뉴욕시가 흔들릴 듯한 환호성을 지르며 3분간이나 기립 박수를 보냈고, 덕 아웃에 있던 모든 선수들이 뛰어나와 지터를 얼싸 않으며 그가 획기적인 기록을 세운 것을 축하했다.

 

구단주 죠지 스타인브렌너는 “지터가 양키스의 최다 안타 기록보유자가 된 것은 역사적인 일임은 물론 천재적인 운동선수이면서도 훌륭한 인격을 지닌 그가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라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다른 팀의 감독들과 선수들도 지터야말로 선수들은 물론 모든 사람들의 귀감이 되어야 한다면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특별히 그를 잘 아는 양키스 선수들은 지터가 야구팬들의 열광적인 인기를 얻으며 양키스의 간판선수가 된 이유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메이저 리그가 시작된 이래 가장 우수한 마무리 투수로 인정되는 마리아노 리베라는 “지터와 한 팀이 되어 경기를 한다는 건 내게 한없는 축복입니다.”라는 말로 지터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간이 세운 기록들은 하나 둘 깨어지게 되어있다. 따라서 그 날 생긴 일은 “001년 9월 11일에는 테러분자들의 천인공노할 만행으로 뉴욕의 세계무역쎈터가 무너져 내린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오늘 저녁에는 양키스의 유격수 데릭 지터가 73 년 전에 루 게리가 세운 통산 2,721개의 안타기록을 갱신하는 역사를 창조했습니다.”라고 기록하여 족할지 모른다.

 

그러나 지터가 친 2,722번째의 히트는 “신기록”이라는 사실보다는 구단주의 말대로 그 일을 해낸 선수가 데릭 지터라는데 더 큰 의미가 있다. 그가 미 야구계의 역사를 새로 쓰는 순간 각계 각층의 사람들이 기쁨을 함께 나누며 “참된 승자이며 오늘 날 야구계의 상징적인 존재인 지터가 새로운 기록 보유자가 되는 역사적인 순간 내 아이가 태어난 시간 다음으로 기뻤습니다.”라는 팬까지 등장한 사실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지터는 철두철미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선수이다. 대부분의 프로운동선수들은 개인의 실적을 올리는 것을 최고의 우선순위로 삼는다. 어느 팀이든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기 위해서다. 그러나 지터는 팀의 승리를 위하여 총력을 기울이는 선수다. 15년 전 그가 양키스에 입단한 후 갖가지 기록들을 세우며 최정상의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던 근본요인은 팀의 승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그의 기본자세다. 우리도 그가 경기에 임하는 그런 태도로 살아야 한다고 믿는다.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철저한 이기주의자가 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속한 단체나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책임과 의무에 충실해야만 남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고 자신이 기대하는 바도 이루어 질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지터는 놀랍도록 일관성(Consistency)을 유지하는 선수다. 좋은 성적을 내다가도 슬럼프에 빠지는 선수들이 많지만 그는 15년 동안 다른 선수들에건 최고의 기록이 될 수 있는 190개 이상의 안타를 해마다 쳐왔다. 수비에서도 천부적인 능력과 배운다고 터득할 수 없는 본능적 운동감각으로 관중들의 넋을 잃게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주역을 계속하고 있다. 인생도 입에 달면 삼키고 맛없으면 내어버리는 기회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한결같이 성실하고 진실하게 사는 것이 마땅하리라.

 

지터의 가장 큰 장점을 남을 비난하지 않고 지극히 겸손하다는 점이다. 그는 동료들을 격려하고, 칭찬하며, 위로하는 데는 앞장서지만 그들의 실책이나 과실을 추궁하거나 책임을 묻는 일에는 꼭 필요한 공적인 경우가 아니면 나서지 않는다. 팀의 주장으로서 마땅히 그러해야겠지만 그것이 그의 품성이기에 그를 향한 신뢰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조금은 교만할 수도 있는 많은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지만 결코 거만하다는 인상을 남에게 주지 않는다. 그 어느 누구도 암시적으로라도 그를 가리켜 건방지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별 것 아닌 학력이나 경력을 확대하여 화려하고 거창한 수식어들을 곁들어 스스로 선전하는 사람들에게 찾아가 배우라고 권하고 싶은 인물이 지터다. 35세의 젊은이지만 (야구계에서는 전성기를 지난 나이로 간주되지만) 그를 본받아 살아감으로 “그를 알게된 것이 내게는 기쁨이요 행운이라.”는 평가를 주위 사람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우리들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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