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성에서 1 / 나호열
무너지고 틈 갈라지고 그 사이에 잡초 우거지고 그래
도 서운해 하지 말일
꺾이고 깨지고 풀어지는 판소리 한마당 가득하여 발길
이 깊으니
망루에 올라 할일없이 낮잠 든 노인네들 눈앞이 캄캄
하다
손길 발길 닿지 않으니 사람때 끼지 않아 벌서고 있는
공적비 누가 기억하고 누가 잊었단 말이냐.
연막소독차 구석구석 흰 연기 뿜어내니 죄 없는 날벌
레들만 이리저리 쫒겨가고
돌멩이 하나 머리에 이고 무병장수, 극락승천한다고 돌
고 도는 여인아
그런 믿음이라도 있으니 얼마나 좋으냐, 얼마나 이쁜
일이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