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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서로에게슬픔의 나무이다97

강화섬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8. 29. 21:24

강화섬 / 나호열

 

 

 

마리, 고려 쌍 돛대에 푸른 바람을 가득 먹여도

먼 바다로 나가지 못한다

뭍을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섬은 그렇게 떠 있다

 

아득한 그 옛날부터 지금까지

참성단과 지석묘 그 사이에

웃음보다는 울음이 질펀하게 깔린 땅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에도 아프게 삭인

눈물이 하도 많아

가슴까지 차오르던 바다는

개펄을 남기고 저만치 물러서 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이 보여

강화에서는 함부로 길을 재촉해서는 안된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은 고향의 폐가를 찾아가듯이

어디 길모퉁이 펄썩 주저앉아

우리네 장삼이사들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을

병인, 신미년 까닭없이 쫓기던 무명적삼들의 이웃들을

석모도 저 너머로 저물어가는 노을에 비추어 보거나

갈매기처럼 훨훨 날아보기도 하는 것이다

 

떠나지 못하는 배, 강화에 가면

하늘과 땅, 나무와 이름 모를 풀꽃들

휘청휘청 자진모리 바람까지도

팔만대장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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