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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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부르지 않는노래 1991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4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8. 7. 12:50

 

아무도 부르지 않는 노래 ‧14

 

 

비가 후박나무 앞에 잠시 머물렀다
눈물 한 방울
드넓은 대지를 적시지 못하지만
보이지 않는 뿌리를 향하여 가는
한 생애에 발걸음을 남긴다
만리 밖에서 어느 사람이 활짝 웃을 때
마침 봉오리를 터뜨리는 꽃을 내가 보듯이
오늘밤 내리는 성긴 빗소리는
또 누구의 울음이겠느냐
열매 하나 맺힐 때마다
하늘이 우르르 무너지고
목숨이 다할 때마다
별들은 맑은 종소리로 울린다
비가 후박나무 잎을 적실 때
나는 땅의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