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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누가 전문 예술가(인)인가 ?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7. 5. 00:17

누가 전문 예술가(인)인가 ?


                - 문학 장르의 여러 문제


                                      나호열 (시인,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

1.

예술과 예술가(인)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렇지만 역사적 논고를 통해 우리는 창작 행위, 소통, 향유의 통로가 열려져 있을 때 예술의 의미를 어렴풋이나마 알아차리게 된다. 거기다가 ‘근대’의 개념 확산은 창작자와 향유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고 예술의 영역과 생활의 영역을 굳이 구분하지 않는 열린 예술관으로 확장되어가고 있기 때문에 기존의 협의의 개념으로 예술과 예술가를 정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새로운 장르의 출현은 기존 작가들의 수용 및 허용 여부에 관계없이 대중과의 소통과 유통의 원활성에 따라서 판단해야 한다는 열린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므로 유네스코의 ‘예술인의 지위에 관한 권고’에 나타난 포괄적인 예술과 예술인의 개념은 하나의 납득할만한 충분한 잣대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최근에 제기되고 있는 여러 문제들, 즉 프로와 아마, 전문예술인과 비전문예술인, 전업과 비전업의 문제를 명쾌하게 정의내리고 구분 짓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프로, 전문예술인, 전업 작가가 과연 동가의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종속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인가도 불분명하거니와 그러한 구분이 어떤 목적을 수행하려고 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정의가 파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표준직업분류’ 에 따른 예술인 관련 직업군 1, 2와 예술관련 직업군 3에 제시된 세부 직종은 위와 같은 논의가 일거에 정리될 수 없는 다양한 특성을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공공의 목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준이 설정될 수 없다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전문예술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문학의 경우, 소정의 등단 절차를 밟아야 하고 , 사회적 공인을 받은 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하면서 창작물을 생산하고 있다는 증빙이 완성될 때 우리는 ‘프로’ , 전문예술인이라고 칭할 수 있을 것이다. 전업과 비전업의 문제는 예술가(인) 스스로 선언하지 않는 이상 분류의 의미는 없다고 본다. 창작활동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가장 바람직한 예술활동의 전범이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그 요건을 충족하는 예술가(인)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예술가는 예술활동 이외에 생계수단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많은 통계 자료를 보면 집필활동을 통해 들어오는 소득이 미미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전업과 비전업의 구분은 예술가를 규정하는데 유효한 잣대는 아니라고 본다.


2. 

오늘의 논의가 ‘누가 전문 예술가(인)인가 ?’ 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그 정의가 ‘예술인 공제회’의 설립에 맞춰져 있다면 보다 분명한 범위 설정이 가능하다고 본다. 예술인 공제회의 설립과 운영 목표는 전문예술가들의 최소 생계 보장과 복리 증진에 있을 것이다. 최소 약15만에서 최대 30만 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전문예술가들은 공제회 설립에 관심을 가질 것은 확실하다. 기초적인 사회안전망 속에 편입될 수 없는 예술가들이 특히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공제회의 기금 규모와 조성 방안, 사업 세부 계획의 방향 설정에 따라 참여의 폭은 가늠하기 어렵다. 생활의 안정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 있는 예술가들에게는 공제회가 제공하는 메리트가 탐탁치 않을 수 있고, 일정한 직업이 없거나 생활기반이 취약한 예술가들은 기본적인 공제회 가입요건을 충족할 수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전문예술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표조사를 전면적으로 시행해 보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방대한 작업이기 때문에 몇 차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는 사항이기는 하지만 예술인 DB 작업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을 하고 예총과 민예총 양대 예술단체가 공통적인 서식으로 DB를 구축한다면 예술단체는 물론, 정부의 입장에서도 문화예술 정책을 입인하고 시행하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학술진흥재단 처럼 구축된 DB를 토대로 예술가 개개인의 정보를 일상적으로 이력 보관 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진다면 여러 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한다면 참고자료로 제시된 공제회 유형 중 다 형 즉, 예술인 공제회로, 문학, 미술, 음악, 무용, 국악, 사진, 건축, 영화, 연예 장르를 포용하는 범위를 지지한다. 앞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국내의 공인된 예술단체. -현재로는 예총과 민예총- 로 법인화 되어 있고 활동 실적이 10년 이상 된 예술 단체의 회원으로 등록된 자는 실적과 경력에 관계없이 전문예술가로 인정하여야 하며, 공제회의 가입 요건도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3.

앞에서 밝힌 바와 같이 예술인 등록제도( 예술가 정보 DB 구축 )는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입력은 자칫 관치 행정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아직도 컴퓨터나 인터넷에 익숙하지 못한 예술가들이 다수 이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각 예술단체에서 그 업무를 수행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취합 정리하는 단계를 밟아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디고 본다.


이에 덧붙여 예술인 등록제도를 통해 공인된 예술가들에게 ‘예술인 카드’를 발급하는 방안도 제시해 보고 싶다. 법률 상으로, 일반 국민의 정서와 배치되는 사항이 될 수 있을 지 몰라도 예술인 카드를 통해서 공공 시설물의 이용에 있어서 편의 제공, 할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예술가들의 긍지와 자부심을 불러일으키는데 일조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4. 결론에 대신하여


현재 문예진흥법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적용하고 있는 예술의 영역은 유기적이고, 탄력 있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프로와 아마튜어의 구분은 마땅히 작품의 질로 평가받아야 마땅하지만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일정 부분 자격 기준을 상정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관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많은 혼란이 가시지 않은 상태이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지역 문화재단의 관계설정은 예술의 진작과 보급, 환류라는 공통의 목표를 지향하지만 사업의 대상에 있어서는 차별화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즉,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전문예술가의 육성과 창작 여건 개선, 기간 단체에 대한 과제 부여 및 지원 등의 거시적 사업 목표를 지향하여야 하고, 지역 문화재단은 좀 더 지역의 특성을 살리고  지역 주민의 생활 속에서 융화되는 프로그램 지원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본다. 이른바 일반 주민들의 예술 동아리 지원과 육성, 지역에 기반을 둔 예술가들의 창작 여건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예술인 공제회가 설립된다면 그 공제회는 회원 가입 요건에 각 개인이 가지고 있는 예술의 수월성을 가늠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예술가의 진정한 가치는 과거의 업적보다도 발화될 미래의 가능성에서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공제회가 활성화되고 안착되기 전까지는 좁은 영역의 공제회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 자격 요건을 각 예술단체에 가입한 예술가로 단,  회원으로서의 의무( 회비 납부)를 다한 자로 하되, 참고자료에 제시된 바와 같은 자격 기준을 원용할 수도 있겠다.

   

① 직업 예술인 단체의 멤버십을 가진 예술인 :‘예술인공제회’ 가입 당시, 법인 등록이 되어 있는 공공예술기관이나 민간영리법인, 사단법인․재단법인 등의 단체나 협회 소속 예술인의 경우 기관이나 협회에서 발행하는 재직증명서, 회원증명서 등을 통해 자격을 입증할 수 있음. 다만 임의 단체로 조직되어 운영 중인 예술인 단체는 제외.

② 일정 수준의 예술적 산출물을 산출한 예술인 : 예술인공제회 가입 전 3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활동 실적을 가지고 있는 예술인의 경우 관련 증빙 자료를 제출하여 자격을 입증할 수 있음. 세부적인 활동기준에 대해서는 장르별로 기준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음.

③ 예술활동을 통한 소득이 있는 예술인 : 예술인공제회 가입 전 3년 동안 일정 수준 이상의 예술 활동 관련 소득이 있는 경우 직업적 예술인으로 인정할 수 있음. 연평균 소득액이나 3년 소득 총액 등을 기준으로 하여 기준안을 작성할 필요가 있음.

④ 별도의 자격심사위원회를 설치하여 예술인의 자격을 판정 : ‘예술인공제회’에 회원 가입 여부를 판정하기 위한 자격심사위원회(전문가 및 예술인으로 구성)를 설치하여 공제회에 가입 신청을 한 예술인에 대해 심의하여 자격을 인준하도록 함. 앞의 ①, ②, ③ 중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으면서 ‘예술인공제회’ 가입 신청을 한 경우, 또는 제출한 증빙자료의 판정이 애매한 경우 심사를 통해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라 할 수 있음.

   

끝으로 예술인 공제회 가입은  기타 사회보장제도의 가입 여부에 관계없이 희망자에게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