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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평론

TV 방송 수신료 현실화,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9. 9. 27. 23:41

TV 방송 수신료 현실화,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나호열 ( 한국예총 정책연구위원장, 시인)

 

  30 여 년 동안 한 번의 인상도 없이 유지되어 온 공공요금 TV 방송 수신료가 현실화 되어야 한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는 너무도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이다. 이와 동시에 TV 방송 수신료를 왜 다른 공공요금에 덧붙여서 가구별 강제징수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궁금함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상반되는 두 가지 사실이 함의하고 있는 것은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의무의 문제일 것이다.

 

 발제문에 잘 나타난 바와 같이 수신료의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판단되지만 이번 기회에 국민의 입장에서는 수신료를 내야할 의무와 의무 수행후의 제기될 권리 행사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수신료 현실화의 당위성으로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공적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함이라는 조건이 단번에 대중들에게 설득력을 갖기에는 논리적 정합성이 부족하다. 방송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정보의 통로는 열려져 있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가서 TV 시청을 거부하고 시청의 무의미함을 생활화한 사람들도 있는 마당에 수신료 징수를 국민의 의무로 규정짓는 것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5일 한국방송의 심야토론은 『공영방송, 새로운 미래는?』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언론과 방송에 문외한인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비록 원론 수준의 의견 개진에 머물렀다고 하더라도 공영방송의 의미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시청료를 내야 하는지? 우리나라의 방송 구조와 역학 관계가 어떤 것 인지?에 대해서는 유익한 지식을 얻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공영방송은 수신료를 중요한 재원으로 삼고, 수신료를 지불하는 국민의 지배를 보장하고 끊임없는 제도의 변화 추구(윤석민 교수) 하면서 현실을 다이제스트해서 최대한 사실에 근접한 내용을 전달하는 매체( 이정춘 교수), 상업방송과는 달리 차별화된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매체(강형철 교수)라고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작금의 『한국방송』을 바라볼 때 과연 국가 기간 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 책무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발제문에 적시된 수많은 통계에 의한 정량 평가를 불신하는 것이 아니라 他國의 방송제도나 운영 상태를 평면적으로 비교 분석하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우리에게는 우리의 특수한 역사가 있고 사회적 발전 배경이 있는 법인데 외국의 사례를 일반화할 때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오는 것을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아 왔던 터이다.

심야토론의 토론자들이 동의하는 바와 같이 방송의 공정성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은 정치 권력으로 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유와 더불어 한국방송 구성원들 스스로 공인으로서 자리매김을 해야겠다는 의식이 확고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지난 반 세기 동안 우리 사회는 급격한 변동을 거치면서 세대 간의 의식 격차와 세계관의 불일치가 심화되었으며 이러한 현상은 『한국방송』내에도 투영되어 있다고 보여진다. 사실과 진실, 신념의 미묘한 변별이 제대로 가려지지 않은 채로 투사됨으로써 국민들에게 갈등과 불안, 심지어 불안까지 전파한 것은 아닌지도 따져 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방송』의 많은 교양프로그램들이 유익하고 우수한 작품성을 보여주었지만, 그와 반대로 편협하고 편중된 신념을 여과없이 진실로 전파하는 프로그램도 적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공영방송은 사실에 대한 충실한 보도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 치중해야지 국민을 계도, 계몽하겠다는 인식을 가질 때 신뢰를 잃는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작금에 『한국방송』을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대립은 그만큼 방송의 대 국민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국가 기간 방송으로서 『한국방송』이 제 역할을 다하려면 구성원들의 의식의 환골탈태와 정치 권력으로부터 중립성을 쟁취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매우 역동적이다. 세대 간, 지역간, 계층간의 다양성을 어떻게 특성화하고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느냐, 방송을 통해서 삶의 가치를 얼만큼 고양시킬 수 있을지를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줄 때 『한국방송』나아가서 공영방송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