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폐허가 좋다
열 길 우물 속에서 개구리 운다
경전을 받아 적으려
바닷가 창문을 열어놓고 지새우는 밤
질기고 질긴 한숨소리 같은
저 파도의 질문, 한 마디의 말
폐허에는 독 오른 풀들이 자란다
베고 또 베어내도 귓전 떠나지 않는
울음소리 마음 베이는 소리
열 길 우물 속에서
폐허의 주춧돌처럼 성큼 돋아나는
세상을 향한 구애
안간 힘을 쓰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만큼 무너지는 기둥들
살 속을 파고드는 파편들
뼈로 남아 발굴을 기다리는 한 때
손님이 떠난 바닷가 빈 방에
모래 한웅큼
나는 폐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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