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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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나는 폐허가 좋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8. 5. 21. 23:58
 

나는 폐허가 좋다


열 길 우물 속에서 개구리 운다


경전을 받아 적으려

바닷가 창문을 열어놓고 지새우는 밤

질기고 질긴 한숨소리 같은

저 파도의 질문, 한 마디의 말

폐허에는 독 오른 풀들이 자란다

베고 또 베어내도 귓전 떠나지 않는

울음소리 마음 베이는 소리


열 길 우물 속에서

폐허의 주춧돌처럼 성큼 돋아나는

세상을 향한 구애

안간 힘을 쓰며 무너지지 않으려고

그만큼 무너지는 기둥들

살 속을 파고드는 파편들

뼈로 남아 발굴을 기다리는 한 때

손님이 떠난 바닷가 빈 방에

모래 한웅큼


나는 폐허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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