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쪽
멀지도 않은 길을 오래 걸었다
그 일획은 깊게 파인 상처처럼
승천하지 못한 용의 꿈틀거림
완성되지 못한 수동태의 문장으로 펄럭인다
표지도 목차도 없는
편년체의 지루한 책의 저자는
이 세상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으로 왔다가
꼬리가 길어도 도대체 잡히지 않는 이야기들은
어느 날엔가 멈추고 말 것이지만
여전히 궁금한 책의 이름은
바람이 어떨까 생각하고 있다고
어지러운 발자국과 야윈 그림자만 만장으로 아득한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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