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진의 마음으로 사진 읽기]
[29] ‘고래처럼 그렇게’
대항해의 시대에 인류는 이동을 통해 지리적 발견을 이어가며 세계를 넓혔다. 근대 이후에도 탐험은 밀림이나 극지방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늘려주었고, 오늘날의 인류는 심해와 우주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식의 세계가 커지면 객관적인 판단의 근거를 지니게 된다는 면에서 인류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미지(未知)의 세계, 아직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탐구는 인식의 영역을 확장시켜서 인류를 더 큰 세상에서 살아가게 만든다.
우리는 여전히 알고자 하는 것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세계에 살고 있다. 이는 도전을 이어가는 동력이기도 하지만 인간이 온전히 ‘판단’의 세계에서만 살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은 세상을 살아가는 심리적 전략은 분명하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상황을 평가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올 수 있는 여지를 열어 두고 ‘경험’하는 것이다.
장남원(70)은 국내에서 매우 귀한 해양동물사진 전문가다. 그는 고래의 서식지를 찾아다니면서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촬영한 사진들로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그의 작품이 화제의 드라마에 소개되면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고래를 만나기도 어려우니 고래 사진을 찍는 일이야 당연히 만만치 않다. 10m 이상의 혹등고래 암수 두 마리가 수면 가까이 유영하는 이 장면은 평화롭게 보이지만, 구애하는 장면이므로 고래들의 움직임이 격렬해지면 촬영자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육지 포유류의 특징을 지녀서 새끼를 낳아 젖을 물려 키운다. 인간이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습성이 친밀감을 높여주었지만, 과학의 영역에서 고래는 여전히 미지의 세계에 머물러 있는 생명체에 가깝다고 한다. 고래처럼 자유롭게, 고래처럼 사랑스럽게, 고래처럼 웅장하게, 고래처럼 당당하게…. 이런 표현은 고래에 대한 인간의 기대를 반영한다. 고래가 매력적인 이유는 ‘고래처럼 그렇게’가 가능한 상상의 세계에 그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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