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발 3
바람의 속내를 모르고
바람의 흉내를 내며
빠르게
멀리 함부로
쏜살같이 달려가다
바람에 걸려 넘어졌다
한 걸음 내딛는 일
절벽을 뛰어넘고
깊은 강 건너가는 일임을
새싹 돋듯이
오래 감춰뒀던 비밀의 말씀처럼
몸에서 스며 오른
목발이 일러준다
어떤 웃음의 끝 소절에 맺힌 쉼표
그 짧은 휴지 속에 무너져 내리던
바람의 뼈
내 몸에서 돋아나온 꿈의 날개가
겨드랑이 아래로
땅을 딛는 목발이라고
직립의 첫날을 내게 돌려준다
'안녕, 베이비박스 2019'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발 5 (0) | 2022.04.07 |
---|---|
목발 4 (0) | 2022.03.31 |
목발 2 (0) | 2022.03.17 |
목발 1 (0) | 2022.03.07 |
동백 후기冬栢 後記 (0) | 2022.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