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편지 2
거칠고 비탈진 땅밖에 남지 않았다
눕지 못하고 바늘로 곧추서야 살 수 있는
사나운 바람이 채찍을 휘두르는 세상 밖에 말뚝을 박고
발걸음을 멈추었으니 방랑이었다면 수행의 게으름
유배라면 휴식의 기쁨을
주어가 사라진 향일성의 동사動辭를 뼈에 새기고
한 번에 부싯돌을 그어주기만 하면
분신의 탑으로 타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으니
살아온 날들만큼의 수많은 내가
눈발로 흩날리듯 그림자로 어두워질 때
천 리 밖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백 년 후의 일이다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