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을 기다리다
신성리 갈대밭에 가 보아라
코끝을 에이는 강바람
한 겨울 하늘을 꿰뚫는
안행雁行의 몸짓으로 둑 위에 올라서면
오직 한 사람으로 보이는
군중의 함성을 듣게 되리라
하나로는 어림없어
둘이어도 너무 힘들어
다들 모여 무리를 이뤄야
목숨을 지킬 수 있어
하구로 밀려들어오는 적들이
어디 한두 해 일인가
미어캣처럼 고개를 세우고
눈 부릅떠야해
칼이 없어도 창이 없어도
우리라는 튼튼한 울타리
우리라는 마음이 있어
쓰러질지언정 무릎 꺾지 않는다
신성리 겨울 갈대밭에 가 보아라
누구 이름 불러도 다 같이 대답하는
흔들리며 서로의 그림자로 몸을 묶은
거대하지만 고독한
영웅을 만나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