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길
― 눈사람에게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갑니다
당신이 일러준 그 길은
겨울밤의 눈길입니다
버선발로 부풀어 오르는 달이
서산으로 지기 전까지 걸어오라 하셨습니다
봄날의 수줍은 꽃
푸르게 이파리를 흔들던
젊은 날의 열기
붉게 물들던 세월을 지나
아, 저기
길의 끝에 당신이 서 있네요
이미 산촌의 밤은 깊어
이미 난로는 발그스름 낯이 붉어졌는데
흘러간 노래는 몇 번을 돌고 돌았는데
서산 넘어가던 보름달이 궁금을 견디다 못해
창안으로 눈을 슬며시 밀어 넣었는데
당신은 차갑게 순결한 눈사람
안으면 스르르 녹아버릴까
참나무 장작을 깊숙이 밀어 넣으며
새 아침을 향해 돌아서는 길
그래도 불씨 하나는 가슴에 담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는 먼 길을
눈은 또 하염없이 내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