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안녕, 베이비박스 2019

꿈길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2. 2. 13. 22:57

꿈길

 

    ― 눈사람에게

 

지도에도 없는 길을 걸어갑니다

당신이 일러준 그 길은

겨울밤의 눈길입니다

버선발로 부풀어 오르는 달이

서산으로 지기 전까지 걸어오라 하셨습니다

 

봄날의 수줍은 꽃

푸르게 이파리를 흔들던

젊은 날의 열기

붉게 물들던 세월을 지나

아, 저기

길의 끝에 당신이 서 있네요

 

이미 산촌의 밤은 깊어

이미 난로는 발그스름 낯이 붉어졌는데

흘러간 노래는 몇 번을 돌고 돌았는데

서산 넘어가던 보름달이 궁금을 견디다 못해

창안으로 눈을 슬며시 밀어 넣었는데 

당신은 차갑게 순결한 눈사람

안으면 스르르 녹아버릴까

참나무 장작을 깊숙이 밀어 넣으며

새 아침을 향해 돌아서는 길

그래도 불씨 하나는 가슴에 담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가는 먼 길을

눈은 또 하염없이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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