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밥 2
세탁기가 투덜대는 동안
포트에선 물이 씩씩거리고 있고
밥솥에 살고 있는 아가씨가
취사가 끝났다고
밥을 잘 섞어달라고 내게 말했다
열기가 사라져버린 심장과
얼룩 하나 지우지 못하는 팔뚝은
또 어디로 간 것일까
주인이 버린 옷처럼
혼자 식어가는 커피처럼
나는 오래된 밥이다
슬그머니 곁자리에 있어도
아무도 허기를 느끼지 않는
오래된 밥
다시 들판으로 나갈 수 없지만
세탁기 속에 몸을 헹굴 수 없지만
따스함을 기억하는 밥
'이 세상에서가장슬픈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똥별이 내게 한 말 (0) | 2020.10.25 |
---|---|
우리 동네 마을버스 1119번 (0) | 2020.10.21 |
오래된 밥 1 (0) | 2020.10.03 |
시월 (0) | 2020.09.28 |
블루 (0) | 2020.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