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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덩굴은 무엇을 향하는가1989

오월에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0. 5. 28. 23:38

오월에

 

  나는온몸이묶인다 눈이 감긴다오월이면 대열을 지어하낫둘하낫둘힘차게오는것이아니라머리도꼬리도없이소문으로먼저다가서는것이아니라 봄은 죽은몸으로와서여기가어디냐고되묻는다푸른독기가온몸에퍼진채

  온몸이묶인채로눈이감긴채로나는생각한다암살된나라에수의를입히듯눈초리가매서운꽃들이머물렀던자리에서떠나는오월을붙잡는다찢겨진바람사이로하늘은곱기만한데지렁이같은몸부림의흔적이눈물로지워진이땅의역사를숨돌릴새없이밀어닥치는아카시아향기에돋힌가시바늘을

  여기에우리의묘비를세우자아무런말씀도적혀있지않은바람을데리고혼이나마멀리떠나가보자첩첩이쌓인어둠도혼불하나에는당하지못할것이니죽은몸여기누이고훨훨날아가보자만장처럼휘날리는오월을 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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