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
아직도 이 땅, 태어날 때부터 천민의 탈을 쓴
저를 아십니까
복수이면서도 늘 단수로 취급되는 거꾸로 매달린 사지, 당신들은 일회용으로 저의 목숨을 해치워 버리십니다 죽어서는 생전보다 더 더럽게 은밀하고 누추한 곳으로 버려집니다
아무리 좋은 세상이 온다한들 저의 몫은 없습니다 더러움을 지우기 위하여 스스로 온몸을 구겨야하는,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몸
죄지은 것도 없이 수인의 굴레를 뒤집어쓰고
혼자 세상을 청소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