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맨 부커 인터내셔널 문학상 수상자가 16일 저녁(한국 시각 17일 오전 2시 30분) 런던 빅토리아 앤 앨버트 뮤지엄에서 발표된다. 영어가 원작인 소설을 대상으로 삼는 맨 부커 문학상이 영국 최고 권위를 누리는 가운데, 맨 부커 인터내셔널은 영어로 번역된 외국 소설을 놓고 작가와 번역가에게 나란히 상을 준다. 올해 최종심 후보 여섯 편에는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The Vegetarian)가 한국 소설로는 처음 올랐다. 이 소설은 여주인공이 육식에 얽힌 트라우마로 채식을 고집하면서 나무로 변신하기를 열망한다는 상황을 음울하면서도 도발적으로 그렸다는 평을 받았다. '채식주의자'를 영역한 데버러 스미스(28)를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소설 '채식주의자'가 지닌 매력은 무엇이었나.
"나는 한강이 완벽하게 계산해서 절제된 문체로 인간성의 가장 어둡고 폭력적인 양상을 탐사하는 방식에 이끌렸다. 시인이기도 한 그녀는 소설 문장을 서정성과 불협화음(jaggedness)으로 굴절시켰다. 그녀의 소설은 한국 소설의 특징인 '수동적 주인공'을 담고 있다. 나는 '채식주의자'가 대단한 책이고, 영국 독자도 잘 받아들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다고 생각했다."
―당신은 최근 영어 문예지 ALS(Asia Literary Review)에 발표한 에세이 '한국 문학이 성년을 맞았다'에서 한국 소설의 특징은 행동보다 어조(語調)와 분위기를 더 중시한다고 평가했다. '채식주의자'도 그런가.
"아주 그러하다. 세 편의 연작 소설로 이뤄진 구성은 동일한 연대기적 서사에 세 가지 대조적인 톤과 분위기가 들어 있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 문학에서 매우 중시되는 단편소설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한국 작가들은 영국 작가들이 장편과 단편 중 하나를 선택해서 쓰는 것과는 달리 장편 못지않게 단편도 많이 쓴다."
―한국 소설가 배수아의 작품을 번역 중이라고 들었다.
"배수아의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과 '서울의 낮은 언덕들'(Recitation)이다. '에세이스트의 책상'은 10월 레터북스에서, '서울의 낮은 언덕들'은 내년 1월 딥 벨룸 출판사에서 나온다."
―한국 소설 한 권을 번역하는 데 4개월 걸린다고 들었다. 그렇게 빨리 번역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
"한국 장편은 다른 나라 장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다. 영국에서 번역은 보수가 박하다. 번역하는 데 오래 걸리면 집세를 낼 수 없다."
―당신은 틸티드 액시스 출판사를 설립해 한국 소설가 황정은 김연수 한유주의 책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한국 작가들에 대한 평가를 듣고 싶다.
"한강과 배수아는 한국의 위대한 동시대 작가들이다. 배수아의 소설은 문체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똑같이 급진적이고, 그녀의 언어는 아주 예외적이라서, 번역가가 난해한 글쓰기와 씨름을 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강력한 정서적 흐름이 있기 때문에 (그녀의) 실험 정신이 냉정하게 추상적인 것이 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한유주는 (문학의) 관습에 순응하기보다는 언어와 구조를 매우 세심하게 다루려 한다는 점에서 배수아와 비슷하다. 황정은 스타일은 매우 미묘한데, 그녀가 기묘한 환상과 사회 비판을 결합하는 방식은 예사롭지 않고 매력적이다. 그녀와 한강은 작가로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한국 소설의 단점으로 '진부한 1인칭 화자'(Naive first person) 남용을 지적한 적 있다. '3인칭 화자' 소설의 폭넓은 시각이 협소한 관점에 희생된다고 했다.
"내가 말한 '진부한 1인칭 화자'는 화자가 자기에게만 빠져 있어서 다른 인물들이 제대로 형상화되지 않는 1인칭 서사를 뜻한다."
―스물한 살에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해 전문 번역가가 됐다. 한국어를 빨리 깨친 비결은 무엇인가?
"비결은 없다. 한국어 공부를 어렵게 여기지 않았을 뿐이다."
데버러 스미스는 오는 6월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