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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 2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6. 5. 1. 21:35
갯벌을 옥토로 바꿨듯… 변화·실천에 앞장 선 100年
  • 원불교 100년 자취

    "수행자도 놀고먹으면 안 돼"
    초창기부터 수행·일 병행… 갯벌 3만평 메워 옥토로

    양성 평등·검소한 생활
    세계의 어려운 이웃 돕고… 탈북자 학교·대안학교도 설립

원불교 100년 자취  

 

‘정신개벽’을 새긴 비석이 서 있는 전북 익산 원불교 성지. 전남 영광에서 탄생한 원불교는 익산에 둥지를 틀고 90여 년을 보내며 세계 23개국, 137만 교도의 종교로 성장했다. / 원불교 제공

 

"길룡리 처녀가 시집가기 전까지 쌀 서 말 먹고 가면 잘 먹고 가는 것이다."

원불교가 싹을 틔운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인근엔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원광대 박맹수 교수). 지독히 가난한 고장이었다는 것. 벼농사 지을 땅도 없었다. 그랬던 마을 풍경을 완전히 바꿔놓은 것이 원불교다. 소태산 대종사는 개교 후 3년째인 1918년 마을 앞 바다를 메우는 간척 사업을 시작했다. 1~3차에 걸친 간척 사업 결과 3만평에 이르는 옥토(沃土)가 생겼다. 지금 한국 유기농의 대명사로 불리는 정관평(貞觀坪)이다. 간척사업은 과학적·합리적·사실적 종교인 원불교가 지향하는 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신식 종교

원불교는 '신식 종교'다. 100년 전 당시 기성 종교들의 장단점을 모두 보고 출발했기 때문이다. 원불교 전서를 보면 소태산 대종사는 허례허식을 매우 싫어했음을 알 수 있다. 원불교는 대신 변화된 시대에 맞게 선진적으로 치고 나갔다. '생일'부터가 남다르다. 원불교의 생일은 '대각개교절(大覺開敎節)', 양력 1916년 4월 28일이다. 종교 창시자의 탄신일이 아니라 창시자가 수행 끝에 깨달음을 얻은 날을 최고의 명절로 꼽고 있는 것이다. 이날은 모든 원불교 성직자가 공동 생일로 삼고 있다.

원불교는 또 초창기부터 평등을 지향했다. 양성 평등과 출가·재가 평등이다. 지금도 대부분 기성 종교가 성직과 관련해 남녀 역할의 차이가 있지만 원불교는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다. 원불교 행정 최고 책임자인 교정원장엔 벌써 두 번째로 여성이 임명됐다. 각 교구장에 여성이 임명된 경우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출가·재가자의 권한도 마찬가지. 원불교는 초창기부터 종단 주요 의사 결정을 출가 성직자와 재가 교도가 함께했다. 원불교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수위단(首位團). 수위단은 최고 지도자 종법사를 단장으로 출가 교도 26명, 재가 교도 8명 등 총 35명으로 구성된다. 재가 교도가 4분의 1 가까이 차지하는 셈이다. 여기서 원불교 교리의 최종 해석을 비롯한 교단의 중요한 결정이 모두 이뤄진다.

근검절약 솔선수범 성직자

원불교 성직자들은 그 어떤 종교 성직자보다 청빈한 생활을 한다. '월급' 격인 용금(用金)은 월40만원이다. 각종 수당이 붙어도 최대 월 100만원 조금 넘는다. 일반인들은 "그 액수로 생활이 가능하냐?"고 묻지만 옷 한 벌을 수십년간 입는 근검절약으로 살아간다. 대신 원불교는 은퇴 성직자에 대한 복지가 아주 발달한 종단 중 하나이다. 익산 중앙총부 인근의 '원로원' 등에서 거주하는 은퇴 성직자들은 "젊어서 고생한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자리이타(自利利他)

성직자들이 자발적으로 청빈(淸貧)을 실천해 아낀 재정은 교육을 비롯한 사업과 어려운 이웃을 돕는 데 사용한다. 원불교는 앞서 '길룡리 일화'에서 보듯이 실천을 앞세웠다.

교단 초기부터 교도들의 시주에 의지하기보다는 자립을 꾀했다. 저축조합이 시작이었고, 제약 정미소 병원 등의 사업을 벌였다. 원불교 주요 교리 중 하나인 '영육쌍전(靈肉雙全)' 역시 수행과 일상의 일치를 가르친다. 세계 55개국에 학교와 병원, 유치원을 지으며 도와온 박청수(79) 교무 역시 일생을 통해 이 같은 정신을 실천해왔다.

원불교 주요 교리 사요(四要)에 '타자녀 교육'이 포함된 데에서 보듯이 원불교는 교육 사업에 열정을 쏟아왔다. 원불교는 1946년 설립된 유일학림을 모태로 한 원광대를 비롯해 원광고 외 6개 중고교, 탈북 청소년을 위한 한겨레학교와 영산성지고 등 9개 대안학교 그리고 140개 유아교육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원불교는 또 봉공회, 여성회, 청운회, 청년회 등을 중심으로 노숙인 급식과 쉼터, 재해·재난 구호 활동, 국내외 입양아 초청 행사, 김치 나누기·연탄 배달 등 사회봉사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갯벌을 옥토로…

원불교 100년 자취
원불교는 초창기인 1918년 전남 영광군 백수읍 길룡리 앞바다를 메우는 간척 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지금은 3만평에 이르는 옥토가 생겼다.

원불교의 초석을 놓은 사람들

원불교 100년 자취
원불교 초창기의 교도들. 소태산 대종사(가운데)가 1926년 동선(冬禪·동안거)을 기념해 제자들과 함께 촬영했다.

교육사업

원불교 100년 자취
원광대학교 전경. 원불교는 ‘타자녀 교육’이란 교리에서 보듯 교육 사업에 앞장서 왔다. 현재 대안학교도 11곳을 운영하고 있다.

원불교 100년 자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