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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양철북' 작가 권터 그라스 타계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5. 4. 14. 18:21

노벨문학상 '양철북' 작가 권터 그라스 타계

[뉴시스]입력 2015.04.13 19:30 / 수정 2015.04.14 01:09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양철북'으로 유명한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귄터 그라스가 87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전후 독일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1927년 독일 단치히 자유시(폴란드 그단스크)에서 독일계 아버지와 슬라브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라스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청소년기를 보냈다.

히틀러 청년대에서 군 복무를 하는 등 열두 살 때부터 착각에 빠져 현혹된 채 나치 시대를 살았다. 공군보조병, 전차병 등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전쟁이 끝난 뒤 나치의 범죄를 깨달은 그라스는 힘들어했고 이 경험이 그의 문학에 영향을 미쳤다.

전후 잡부와 석공으로 일하던 그라스는 조각가가 되기 위해 미술학교에 입학했다. 1952년 베를린 미술학교에서 수업을 마친 그는 이때부터 생계를 위해 글을 썼다. 1954년 슈투트가르트 방송사의 서정시 경연대회에서 입상하며 문단에 발을 들였다.

1959년 발표한 '양철북'으로 제2차 세계 대전 후 처음으로 세계 문학계에 이름을 날린 독일 작가가 됐다.

양철북은 전후 독일 소설 중 최대 스케일을 가진 서사적 교양소설로 꼽힌다. 3세 때 성장이 중지된 주인공 '오스카'를 화자로 나치를 악마적 형상으로 부각하는 한편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천상을 상세히 묘사했다.

그라스는 이 작품으로 47그룹 문학상, 게오르크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상 등을 받았다. '양철북'은 1979년 폴커 슐뢴도르프 감독에 의해 영화화돼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기도 했다.

그라스는 '양철북'에 이어 '고양이와 쥐' '개들의 시절'을 발표하며 단치히를 무대로 하는 '단치히 3부작'을 완성했다. '달팽이의 일기' '텔그테에서의 만남' '암쥐' '무당개구리의 울음' '광야' '나의 세기' '게걸음으로 가다' '넙치' '라스트 댄스'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 등을 펴냈다. 1999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행동하는 지성인'으로도 불린다. 1960년 베를린으로 돌아와서 '독일사회민주당SPD'에 가입해 '핵무기 반대' 등을 외치며 빌리 브란트 수상의 재선을 위한 시민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독일의 과거 청산을 주장, 극우파에게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그는 황석영, 김지하 등 한국 문인들이 구속됐을 때 국제적인 석방운동을 주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소설 '넙치' 한국어판 출간을 계기로 방한, 황석영과 함께 북한 방문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2012년에는 이스라엘이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산문시 '말해야만 하는 것'을 발표, 이스라엘로부터 입국거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kafk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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