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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내 마음의 벽화. 4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2. 2. 00:43

내 마음의 벽화. 4 / 나호열

 

 

 

이상하다

손에 온기가 남아 있다

누군가가 잡아주었던 향기

이상하다

모래 부서져내리는 가슴에

밤 길잡이 별이 달려 있다

이상하다

오래 전에 떠나왔던 나의 방에

누군가가 다녀갔다

선지자들은 왜 벽에 대고 기도를 했을까

잡을 수 없는 이데아는 등 뒤의 햇살

저 너머에 있고

벽에 너울대는 제 그림자를 그토록 지우려 애썼을까

나는 벽에다 인사를 한다

안녕, 나는 오랫동안 슬픔에 대해 이야기 했다

안녕, 만난 적이 없는데 왜 수없이 작별해야 하는가

안녕, 잡을 수 없는 벽이 손을 내민다

안녕, 나는 벽에 등을 기댄다

벽 속에서 길이 열리고 다시 눈이 내린다

벽 속에 문이 있다

안녕, 나는 벽 앞에 무릎을 꿇는다

가장 낮은 자세로 두 손을 올린다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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