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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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오래된 소파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0. 13. 00:27

 

오래된 소파 / 나호열

 

 

 

편하게 잠드는 것 조차 죄가 되는 것 같아서

오래된 소파에서 선 잠을 잔다

눌려져야만 튕겨오르는 스프링,

그 위를 덮은 가죽은 너덜해지고

색깔은 바랜 웃음으로 희미해지고

어떤 무게에도 스프링은 이제 튕겨오르려고 하지 않는다

조금씩 뼈를 드러내는 반발의 힘이

늦은 밤 리모콘으로 조종되는 티브이 화면 속의 현실 속으

푸른 연기처럼 지직거리며 사라지고

불편한 꿈속에서 별을 헤아리던 밤은 지나갔다

편하게 잠들지 않아야 찾아오는 사람 있어

무릎 베어주고 머리 쓰다듬으며 자장가 불러주는 사람이 있어

오래된 소파에 몸을 누인다

먼 곳에서 오는 까닭에

새벽이 먼저 오기도 하는

서둘러 잠을 깨어야 하는

오래된 소파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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