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인터넷이 가르쳐 준 그리움 / 나호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10. 14. 16:25

인터넷이 가르쳐 준 그리움 / 나호열

 

 

 

메일이 없습니다

받은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받을 편지는 이미 도착했는데

받은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받을 편지는 이미 읽었는데

몽글몽글 하얀 수국 꽃잎 같은 글씨 보이지 않고

받은 편지함에는 편지가 없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동구 밖으로

길은 가다가 되돌아오고

외진 산기슭 성황당 돌무더기처럼

켜켜이 쌓여가는 시그널

메일이 없습니다가

매일이 없습니다로 보이고

내일이 없습니다로 흐릿해지더니

제멋대로 하루는 로그 아웃된다

메일이 없다는 것은

매일이 없다는 것이고

내일이 없다는 것이라고

나를 로그 인 시키려면

그대가 가르쳐준

비밀번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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