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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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저수지엔물길이 없디2001

나비, 환생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2. 9. 16. 01:03

나비, 환생 / 나호열

 

 

 

아침 커피는 진하게 마시면 안돼

커다란 머그 잔에 우유랑 같이 섞어서

뜨거운 커피에 약간의 아이리시크림을 넣어 향을 내고

살짝 구운 토스트 그리고 빠알간 사과 한 알 곁들이고

덜 깬 눈으로 바라보는 햇살 사이로

혼자만의 아침 식탁은 시작된다

어디쯤에서 바라보아야 꽃은 가장 아름다울까

간 밤 불어대던 바람이 꺼트린 별빛

은밀한 속삭임이 궁금해

꽃인 줄 알고 다가간 그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아직도 살얼음 낀 하늘에

머리 부딪는 나비

지하에서 천상으로 제 몸무게만큼의 슬픔을 견디기 위해

몇 번의 탈바꿈으로 돋아난 날갯짓이

이명耳鳴으로 울려오는 아침 식탁

꽃인 듯

나비인 듯

커피 잔을 잡는다는 것이 그만

봄이라고 마음에서 돋아 오르는 못에 찔려

흰 목소리를 환청으로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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