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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중얼거리다

한 방울의 물도 하늘에서 온다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11. 20. 13:02

한 방울의 물도 하늘에서 온다

 지난 8월 말에 지리산에 올랐다. 중산리에 새벽 3시에 도착, 입산통제해제 시간이 3시 반이라고 해서 기다리다가 비가 제법 내리기도 하고 랜턴에 의지하다보니 중산리에서 곧바로 법계사로 오르는 길을 놓치고 한참을 우회하는 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먼 동이 트기 시작하는 6시가 되어서야 로터리 휴게소에 도착했다. 한 눈에 보이는 천왕봉을 바라보니 여유도 생기고 쉬엄쉬엄 야생화에도 눈길을 주고 운해도 감상하면서 천왕봉(1915미터)보다 300미터 아래인 천왕샘에 도착했다. 천왕샘은 함양 아래쪽 덕천강을 만들고 경호강을 만나서 남강 줄기를 이루다가 낙동강을 만나 남해로 흘러든다.

수량은 풍부하지 않았지만 물 맛은 상급이어서 천왕봉을 오르기 직전에 목을 축이기에는 딱 알맞다.

 

 

여기서부터 천왕봉까지 고도 차이는 300미터 밖에 안되니 수월하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쉬임없이 산행을 이어온 사람들이라면 이 마지막 가파른 경사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 나무 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오르고 돌밭을 이어오르면서 우리 인생에도 영광과 안온을 이루기 전 이런 고비가 수없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하늘의 마음을 담은 한 방울의 물이 대해를 이루고 다시 구름으로 오르듯 삶의 곡절도 저러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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