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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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집 1993

양수리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1. 7. 31. 13:05

 

 

 

 

양수리에서 / 나호열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양수리에 온다
날갯죽지를 상한 물총새
뛰어들까 말까 망설이는 갈대숲이
귓가에 물소리를 가까이 적신다
신문지에 가득 담겼던 세상일이
푸른 리트머스 시험지에 녹아
깊이를 알 수 없는 흐름으로 덮혀 가고
가진 것 없으면서 가난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생명을 키운다
슬픔도 잘만 익으면
제 맛 나는 술이 되는가
흙탕이 덮혀오는 세월도 스스로 걸러
함부로 노하지 않는다면
몸과 몸을 부딪쳐도 나무랄 일 없겠네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양수리에 와서
노을지는 팔당댐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갈대숲과 물총새의 비상을 가득 담는다
물보라로 사라지는 시간의 저 너머로
낚싯대를 길게 길게 내던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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