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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알몸의 반가사유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0. 11. 20. 20:32

                                                                                      알몸의 반가사유

 

 

 

 

숨죽여 울기 위하여 옷을 벗는데

알몸이 되고 보니 더 서럽다

옷에 묻은 얼룩이 언제 소리 없이 속으로 배어 물들었나

무엇이 때인지도 모르면서 그냥 밀고만 있다

때가 언제인지도 모르면서 쭈그려 앉아 있다.

발 뒷굼치는 갈라져 있고 발바닥에는 티눈이 박혔다

어디서 부딪쳤는지 정강이에는 멍이 들어 있고

찍히고 베인 상처들이 알몸에 단풍들었다

누가 알몸을 눈부시다고 했는가

이 알몸으로 눈 멀게 하고 흉기처럼 덤벼들었다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세월이 알몸에게

슬며시 문신을 새겨넣는다

알듯 모를 듯 읏음 한 획을 그려넣자

흉칙한 동물이 사람으로 훤하게 개과천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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