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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산에 들어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1. 28. 10:26

산에 들어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겨울 산에 들어
그 산이 품고 있는 한 권의 책을
읽어내고 싶었다

 

직립한 나무들의 선정과
곤줄박이 같은 작은 새들의 지저귐과
얼음으로 굳어있는 말들과
낙엽 속에서 움트고 있는
새 싹들을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주인이면서 주인임을 부인하는
산과 면벽하면서

나는 하루 해가 짧다고
오동나무의, 곤줄박이의 삶을
그대로 내려놓고 돌아 왔다

 

 

산을 읽듯이 당신을 읽는다
한 권의 책 속에서
나무들이 선정에서 깨어나는 소리와
얼음 풀리는 개울물과
하늘을 깨고 비상하는 새들의 날갯짓
어느 하나도

 

내 인생 전부가 흘러간다 해도
영원히 읽지 못할
한 권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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