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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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오르는사다리(시)

아다지오 칸타빌레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07. 1. 14. 02:27

아다지오 칸타빌레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자주 넘어졌다
너무 멀리 내다보고 걸으면 안돼
그리고 너무 빨리 내달려서도 안돼
나는 속으로 다짐을 하면서
멀리 내다보지도 않으면서
너무 빨리 달리지도 않았다
어느 날 나의 발이 내려앉고
나의 발이 평발임을 알게 되었을 때
오래 걸을 수 없기에
빨리 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세월 앞에서 오래 걸을 수도
빨리 달릴 수도 없는 나는 느리게
느리게 이곳에 당도했던 것이다
이미 꽃이 떨어져 버린 나무 아래서
누군가 열매를 거두어 간 텅 빈 들판 앞에서
이제 나는 내 앞을 빨리 지나가는 음악을 듣는다
느리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인가
아름다운 것들은 느린 걸음을 가진 것인가
느리게 걸어온 까닭에
나는 빨리 지나가는 음악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긴 손과 긴 머리카락을 가진 음악의 눈망울은
왜 또 그렇게 그렁그렁한가
아다지오와 칸타빌레가 만나는 두물머리에서
강물의 악보가 얼마나 단순한가를 생각한다
강물의 음표들을 들어올리는 새들의 비상과
건반 위로 내려앉는 노을의 화음이
모두다 평발임을 깊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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