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정민의 세설신어

[193] 오로칠상 (五勞七傷)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8. 27. 13:30

[정민의 세설신어]

[193] 오로칠상 (五勞七傷)

 

정 민 /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2013.01.15. 23:31
 
 

유만주(兪晩柱·1755~1788)의 일기 '흠영(欽英)'을 읽다가 다음 대목에서 눈이 멎는다.


"사람이 살면서 '오로칠상(五勞七傷)'을 면할 길이 없다. 좋은 음식을 복용하는 꾀는 결단코 황당한 말이 아니다. 음식이나 여색처럼 삶을 해치는 것 외에도, 나랏일로 고민하고 백성을 위해 근심하거나, 헐뜯음을 염려하고 미워함을 두려워하는 것, 얻음을 기뻐하고 잃음을 걱정하는 것 따위가 모두 수고와 손상을 부르는 원인이다. 하지만 수련하고 섭양하는 것은 늘 산이나 물가에 숨어야만 한다. 왕공이나 귀인은 자녀와 재물에다 언제나 진한 술에 취해 사는 것을 근심한다. 마음을 맑게 하고 욕심을 줄일 처방을 펼 방법이 없다. 경옥고(瓊玉膏)는 진실로 좋은 약이다. 쇠약한 데 아주 그만이다. 젊은 사람에게도 잘 듣는다. 이제 전체 약재의 값을 따져보니 상평통보로 1000여냥이나 든다."

'오로칠상'은 질병의 원인이 되는 행동을 나열한 의학 용어다. 먼저 오로(五勞)는 질병을 부르는 다섯 가지 피로다. '소문(素問)'이란 의서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한곳만 뚫어져라 보는 구시(久視)는 상혈(傷血)을 부른다. 누워만 있는 구와(久臥)는 상기(傷氣)가 문제다. 계속 앉아있는 구좌(久坐)는 상육(傷肉)으로 나타난다. 오래 서있는 구립(久立)은 상골(傷骨) 즉 관절을 상하게 한다. 계속 다녀야 하는 구행(久行)은 상근(傷筋) 즉 근육을 손상한다. 공부하는 학생이나 사무직은 구시와 구좌를 면할 수 없고, 노인은 구와나 구좌가 문제다. 다니며 물건 파는 사람은 구행에서 탈이 난다.

칠상(七傷), 즉 손상을 가져오는 일곱 가지 행동은 어떤 것이 있나?

 

지나친 포식은 비장을 손상한다. 과도한 노여움은 기운을 역류시켜 간을 상하게 만든다. 용을 써서 무거운 것을 들거나, 습한 곳에 오래 앉아 있으면 신장이 망가진다. 추운 곳에 있거나 찬 음료를 마시면 폐가 상한다. 육신을 힘들게 하고 뜻을 손상하면 정신이 무너진다. 비바람과 추위 및 더위는 육신을 망가뜨린다. 두려움과 절제 없는 행동은 뜻을 꺾어버린다.

경옥고의 보양 효과가 대단해도 너무 비싸니 그림의 떡이다. 산속으로 들어갈 수도 없다면 절제 있는 생활 습관과 규칙적인 운동밖에는 방법이 없겠다.

'정민의 세설신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95] 허심공관 (虛心公觀)  (1) 2024.09.06
[194] 유재시거(唯才是擧)  (0) 2024.09.02
[192] 착념삼일(着念三日)  (0) 2024.08.22
[191] 의재필선(意在筆先)  (0) 2024.08.13
[190] 추연가슬 (墜淵加膝)  (0) 2024.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