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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부경 시집 『독도 우체국』: 독도를 사랑하다 독도가 되어버린 한 시인의 기록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19. 1. 10. 14:12



독도를 사랑하다 독도가 되어버린 한 시인의 기록

나호열 ․ 시인 ․ 독도사랑협의회 회장

 

그렇다면 시인이 온 뜻과 정신을 다해 쓰는 시란 무엇일까요? 그것이 과연 밥벌이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건가요? 아무도 그렇다고 답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시 쓰는 일이란 자신과 싸우는 일이고 언어와 격투를 벌이는 일이기에 그 어떤 현실적인 생계의 수단이 되기 어려울 게 분명하지요.

다만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을 극복하고, 존재를 증명하고 실천하며, 자기 구원을 향해 나아가면서 이웃을 사랑하고 민족어의 완성을 위해 전력해가는 그야말로 순수한 작업, 지상에서 가장 죄 없는 일이기에 그 자체로서 보람과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현실적인 대가나 보상이란 부차적인 일이라는 말씀입니다.

 

 

김재홍 평론가는 현대시 100년 한국명시 감상의 네권 중 첫 번 째 권에서 시와 시 쓰는 일 그리고 시인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해답을 모두 제시해 주었다. 그 질문들은 결코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며 부분이면서 전체이고, 전체이면서 부분인 원융圓融의 세계를 제시한다. 이 원융의 세계는 시 쓰는 일을 업으로 살고 있는 나는 물론이고, 시인이라 칭해지는 사람들 모두가 바라마지 않는 이데아임에는 틀림없다. 부분과 전체를 아우르고 이와 기를 통찰하며 감성과 이성의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그런 시인과 그런 시들이 있을 법한 일인가? 존재의 수단이면서 그 자체로 목표일 수 있는 언어와의 싸움이 백척간두의 어디쯤, 온전히 인간의 땀내음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그 순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경지를 멈으로 보여주는 그 순간에 소멸해 버리는 시는 정치적 구호와 유행과 편견과 종교적 구도로부터 해방되어 온전한 무로 이 세계를 현현한다. 이 세계는 대칭구조로 이루어 있음을 일찍이 간파한 인간은 이 이분법적 사유로 인하여 때로는 행복하고 때로는 슬퍼한다. 그 중에서도 시인은 죄 없는 일을 수행하는 자유인이면서 그 죄없는 일로 인하여 결박당하기를 자청한 존재이다. 이 세상의 모든 일에 간섭하고 눈길을 줌으로써 온갖 기쁨과 슬픔을 불러 모으고 혼자 공깃돌 놀이를 하는 어린아이처럼 쓸쓸하다.

혼자 공깃돌 놀이하는 아이는 놀이 자체에 집착하면서 자신이 기다리는 대상과 시간을 사상 捨象한다. 놀이의 주체인 어린아이는 결코 쓸쓸하지는 않을 터인데 `그 아이를 훔쳐보는 관찰자는 그 어린 아이가 쓸쓸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쓸쓸함의 측은함이러니!

 

독도의 딸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독도풍랑이라 스스로 부르는 편부경 시인은 시인으로서의 쓸쓸함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세인들이 눈 놓아 버린 것, 알고 있으면서 모른 채 넘어가는 일에 투신함으로써 스스로 고독해진 사람이다. 그는 ‘독도가 우리 땅’ 이라는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해 보이기조차 하는 사실이 왜곡되고 변질되어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동해를 일본해라 우기고, 독도를 다께시마로 부르는 일본에 대한 적개심보다 잎서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그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행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는 우리의 국토에 대한 무관심을 질타하고 안타까워하며 내 것에 대한 사랑을 역설할 뿐이다. 이 시집의 서문에서 그는 이 시집이 ‘역사의 기록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지만 오히려 나는 이 시집이야말로 역사의 기록이라고 주장하고 싶어진다. 삼국유사로 말미암아 삼국사기에 가려진 뒷길의 가치가 더욱 드러나듯이 역사는 가진 자, 뛰어난 자, 앞서 간 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의 노래는 역사서에 한 줄로 남겨지기보다는 만인의 가슴에 뚜벅뚜벅 걸어가는 발자국 소리로 울릴 때 훨씬 더 역사적일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역사를 소홀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은 당대의 통치자와 권력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후대의 교훈으로 삼아 마땅한 것이었다. 국력이 중국과 일본에 미치지 못한다하여 굴종과 패배의식으로 역사의 한 장을 남겨 둔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더 큰 굴종과 정신의 노예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의 우리는 미래의 후대들에게 이 땅을 어떻게 지키고 어떻게 사랑하였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편부경은 독도를 사랑하기 위하여 시인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많은 시인들이 그러하듯이 삶의 잔물결들을 모아 서정의 무늬를 아로새기고 인간과 인간 사이에 놓여진 무지개 같은 사랑의 아름다움을 음유吟遊하기를 염원하였을 것이다. 이 번 시집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난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랑이라는 렌즈 없이 아름다움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 사랑이라는 유개념 類槪念 속에 포함된 무수한 종개념들 속에서 아마도 독도島는 유별나게 높고, 맑게 그의 망막 안으로 들어와 박혔을 뿐일 것이다.

그에게 어떻게 독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지를 물어보는 것은 너무 상투적이고 지리멸렬하다. 그에게 독도는 사랑의 대상이고 그 사랑을 실천하는 시공간을 초월한 장소라고 말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누가 처음부터 사랑을 알고 시작하는가? 홀연히 끌리고, 실체를 하나 둘 알아가면서 증오마저도 굴복시키는 것이 사랑의 힘이 아니던가?

 

나는 취하고 너는 환하구나

한 시절 몽롱했던 도시의 사랑아

사는 몸부림 때론 가없었다

 

나의 고갯길에 가끔씩

시야없는 일상에도

블어오던 너의 바람

희디 흰 꽃술이 퍼올린 땅을 열고

갈라진 길의 행간을 그려 넣는다

 

이름 하나 데려 앉히고 어둠이 온다

바람이 인다

깊숙한 것들 불을 지핀다

낱낱의 눈이 켜지고 나는 감는다

마른 가슴 한 시절 사를 수 없다면

이 잠에서 다시는 깨어나고 싶지 않다

사는 몸부림 때론 황홀하다

 

- 시 「너를 만나고」 전

 

그도 우리와 같이 평범한 도시인 중의 하나였다. 집을 넓히고, 높은 지위를 얻어 안락해지는 것에 매달리는 일들이 다 몸부림이다. 고갯길이고 모퉁이뿐인 도시 생활에서 몸부림에 취해 있을 때 독도는 환하게 그에게 다가왔다. 동쪽 바다 저 멀리에서 다가온 섬의 이미지는 잠재된 내 안의 자연을 일깨우는 등불이다. 한 시절이라도 마른 가슴을 사를 수 없다면 그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아마도 시인은 인간답게 사는 미답의 경지를 그리워하다가 어느 날 문득 독도를 만나면서 (“나는 취하고 너는 환하구나”)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사는 몸부림 때론 황홀하다”).

 

편부경의 독도사랑은 이와 같이 불현 듯 찾아온 것이기에 순수한 열정이기도 하고 그만큼 불안한 것이기도 하다. 한순간의 음풍농월이나 시의 성취를 위한 오브제로 인식된 것이 아니라 존재론적 사유로부터 빚어진 ‘섬’의 관념이 그를 지배하는 한, 그 섬의 소멸이나 생활로부터의 멀어짐은 그의 존재기반을 뒤흔드는 것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몹시 두렵다

처음 먹은 마음

잊어버릴까

돌아서 홀로

다른 길 헤매일까

내 사랑 등 돌릴까

태양 아래 선 채

거짓부렁 달아날까

 

다시 일어서는 힘

구걸한 현실이

그대를 위한 것이라는

거짓소리가

몸쓸 핑계가 나는

또한 두렵다

 

- 시 「마지막 시편」 전문

 

처음 먹은 마음을 잊어버리고 다른 길로 돌아가고 싶을지도 모르는 인지상정 人之常情을 어찌하랴. 때로는 지치고 힘겨워지는 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독자라면 편부경 시인의 독도에 대한 사랑이 그 사랑을 넘어서는 분투의 여정이라는 것을 또한 어렴풋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반평생 모르던 그 빛깔/ 처절하게 울고 난 후에 알았네 ...중략 ... 어둠은 갇힌다는 말의 대명사가 아니라 / 살다가 만나는 허구의 의미인 것을 / 주머니 가득한 오열의 땀인 것을 / 사랑은 살아서 만지는 자신의 숨결인 것을 / 단절은 돌아서는 자의 온전한 몫임을...(하략)

 

- 시 「어리석거나 환하거나」 부분

 

「너를 만나고」나 「마지막 시편」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어둠은 때로 얼룩지고 마침내 경계마저 허물어진 현실로 인식되고, 섬은 원초적인 생명력으로 가득 차서 환한 존재로 인식되며, 그 섬이 자신의 영혼 안에 존재하고 있음을 느낄 때 비로소 나는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살아서 만지는 자신의 숨결인 것을”, 그러므로 섬과의 만남은 “반평생 모르던 그 빛깔 / 처절하게 울고 난 후 알았네 ...”처럼 결코 낭만적이거나 몽환적인 것이 아니다. 허구를 던져야(어둠을)만날 수 있는 환함은 “단절은 돌아서는 자의 온전한 몫임을...”에 드러나는 것처럼 끊임없이 손을 내밀어 단절을 거부할 때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그에게 있어 끊임없이 손을 내미는 행위는 때로는 구걸한 현실로 다가오고 사실 어느 면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키게도 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편부경 시인에게 독도는 김성도 선장을 떼어놓을 수 없거니와 - 이것은 필자의 오해일 수도 있겠다 - 독도 어부인 그를 위해 작은 배를 구입해야 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시인의 모습이 안쓰럽고 측은해 보였을 지도 모를 일이다.

 

내 독도에 들어가마

후포에서 배타고 오소

해삼 소라 미역줄기

그득 잡아 술친구로 줄끼고마

시월의 한낮

도동부두 해국 만개한 벼랑 아래

오징어 내장 양은 냄비 끓여 앉히고

독도 꿈에 젖는 건

김성도 선장과 나만의

눈물 만은 아니었을 것이네

빗줄기 훔쳐내던 손사래 저편

그날이 온다면 올테지

독도가 펑펑 쌓인 설움 울테지

놀란 갈매기들 퐁당퐁당

알을 빠트릴테지

물고기들 기꺼이

미늘을 물고 몸부림칠테지

 

- 시 「김성도」 전문

 

독도는 우리의 동쪽 끝, 동경 131도 52분, 북위 37도 14분에 위치한 동도와 서도로 이루어진 섬이다. 동해안 죽변에서 117해리 217㎞, 울릉도에서 47 해리 88㎞ 떨어져 있으며 독도 경비대 40명이 상주하고 있고, 2004년 현재 240가구 890명이 독도에 호적을 두고 있고, 독도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은 3명이다.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3명 중의 한 명이 바로 편부경 시인이고 나머지 두 사람이 어부 김성도 내외인 것이다. 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이 시집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거니와 독도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평생 독도의 증인으로 살아온 그들과는 혈족의 의미 이상인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너른 바다정원 품안

김성도 선장 부부 동거인으로 합법적 등재

 

- 시 「그녀는」 부분

 

2003년 11월 19일 오후 1시 50분

경상북도 울릉군 을릉읍 독도리 산 20번지

갈매기 주검 널부러진 어민 숙소에

현주소를 두었다

 

- 시 「그녀는」 부분

 

편부경 시인에게는 가정도 있고 자녀도 있다. 그런 그가 선뜻 호적을 옮기고 주민등록을 독도에 두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에게 독도가 자신의 삶에 경이를 부여해주었다면 어부 김성도는 먹고 살기 위해 독도에서 고기를 잡는다. 시인 편부경은 시를 쓰기 위해, 시로 독도를 지키기 위해 독도 주민이 되었다. 독도의 역사를 기록하고, 그곳에 살다 간 사람들과 갈매기들의 이야기를 모아두는 일이 하찮은 일이라면 그 무엇이 우리 삶에 중요할 수 있을까?

 

독도가 우리에게 관심을 끄는 가장 큰 이유는 일본의 독도점유권 주장 때문이다. 그들은 국제사회에서 공공연히 독도를 이슈화함으로서 궁극적으로 그들의 영토로 삼으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역사적 근거자료를 보더라도 일본 측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으나 무능력하고 역사에 관심이 없는 이 땅의 지도자들은 사안의 중대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자기 나라의 영토를 왕래하는데 입도허가서를 제출하는 나라가 어디 있는가? 섬을 통째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놓고 국민들의 왕래를 가로막는 기막힌 태도에 분기탱천한 운동들이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음은 그나마 우리의 자존심을 세우는 위안이 되는 것이다. 나는 독도에 괸련되어 있는 각종 단체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독도를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고 운동내용이 다르다고 서로를 배척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필자 또한 독도 지키기 운동에 일조를 하고자 ‘독도사랑협의회’를 꾸려가고 있지만 그 단체의 목적은 주로 타국의 정부와 유관단체에 우리의 독도 나아가서 우리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데 있다. 이와 같이 자신들에 주어진 여건에 최선을 다해 갈 때 우리의 독도는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편부경 시인의 독도사랑의 의미는 매우 독특하고 실천적이다. 그는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대척점에서 일본을 의식하지 않는다. 그는 오직 독도의 주민으로서 삶의 현장인 독도를 이야기하고 구체적 환경의 보존과 개선을 요구할 뿐이다. 그가 호적을 옮기고 주민등록을 옮긴 것도 스스로 당당해지기 위한 하나의 실천사항일 뿐이다.

 

「선가장과 어민 숙소는」 이라는 산문의 일부분을 읽어보자.

 

1. 어민 숙소와 선가장의 완벽한 보수와 꾸준한 관리가 꼭 필요합니다.

2. 외교마찰이나 보호구역 등을 이유삼아 주민을 상주치 못하게 함은 부당하며 특ㄷ별법을 제정해서라도 반드시 대가 끊기지 않도록 상주하는 인구를 둘 것과 그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 또한 정부가 할 일 일 것 입니다.

3. 독도주변의 환경입니다. 현재 상주하고 있는 경비대는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하며, 독도 자체나 주변의 환경도 철저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저는 개인의 자격으로 다음과 같은 일을 꾸준히 지속적인 관심으로 요구하며 시도하려 합니다.

 

1. 독도주민 띠잇기(희망자에 한하여 전입신고 후 연중 법정기일 이상 거주할 것).

2. 소수인원이 참가하는 순수한 문화행사의 지속적 개최( 시낭송, 글짓기, 사진촬영, 음악회, 섬 탐방 등).

3. 독도를 본으로 하는 창씨(독도 도씨, 독도 섬씨, 독도 독도씨 등).

4. 장승이나 시비 詩碑등을 세우고 과거에 존재했던 비석 팻말 복원.

5. 주민의 숫자와 상관없이 단체장 명명하기.

6. 수고하는 우리의 젊은이들이 상주하고 있는 만큼 안전에 최우선을 두어 주변을 정리함은 물론 독도와 주변의 자연환경을 정화하기 위한 시설을 단체 및 지자체 나 중앙정부 차원에서 건립하고 완벽한 관리와 지속적인 지워대책이 우선되어야 함.

7. 개발은 보존을 원칙으로 하되 소낫을 지연시키고, 영토권 확립에 이익이 되는 차 원에서 이루어질 것.

 

독도리 주민 편부경

 

그가 독도리 주민이 아니라면 그의 주장은 헛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것이고 묵살되어도 그만인 것이 될 것이다. 그의 시와 산문들은 사랑은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확대되어 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준다. 사랑의 감정은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을 통해서 확대되어 가는 것임을 보여주기에 그의 시가 값지고 살질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의 독도에 태극기가 휘날릴 수 있었던 것은 동해의 거친 풍랑을 헤치고 독도경비대에 자원했고 그곳에서 숨져 갔던 선인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독도의 노래」는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섬 독도를 지켰던 사람들의 웅지와 고독을 노래한 시이다. 해방 이후 미군의 폭격기 사격 연습장으로 사용되면서 독도 근해에서 고기를 잡다가 미군 폭격기의 오폭으로 아까운 목숨을 버린 어부들을 위무하는 시 「일천구백사십팔년유월말일」 등 과거의 사실을 담아낸 시편 뿐만 아니라 시인이 직접 부딪친 사건들의 기록은 시의 현장성과 진실성의 강도를 한결 높여준다.

 

눈 뜨면

너의 목소리를 듣는다

슴새 바다제비 햇살 물어다

구석구석 적막을 깨우는 아침

귀 기울이면

물개바위 근처를 지나는

해류의 수다스런 소문

 

벼랑에 부딪는 바람은

어디로부터 오는가

서도가 물으면

어깨를 감싸안는 동도의 화답

 

한줌의 흙

도시를 떠나는 친구의 발자국소리에

가파른 난간을 두드린다

돌아온 고향

살아서는 밟지 못한 가파른 길

 

자꾸만 다녀가라 부르는 것은

소리나지 않는 목청을 가다듬는 것

부탁하는 한 마디에 목 메이는 것은

푸르디 푸른 물빛에 묻은 그리움

한청의 보드라운 기억 때문

 

- 김제의․ 이미향의 명복을 빌며

 

- 시 「갈매기여 갈매기여 - 봄」 전

 

인용된 시는 독도 지키기 운동 행사에 참여했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목숨을 버린 김제의, 이미향 씨의 죽음과 그 죽음을 둘러싼 정부의 비협조적인 태도를 무릅쓰고 끝내 독도에 그들의 영혼을 묻은 장하고 비통한 사실의 기록이다. 그 밖에도 독도 산 번지를 일반 번지로 바꾸는 일, 주민등재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일 등은 트러블 메이커(?)로 그가 해낸 귀중한 성과들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그의 시들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은 삶의 현장으로서 독도가 얼마나 척박한 환경에 놓여져 있는가를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런 사실을 은폐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도의 이격성, 삶에 부적합한 자연환경과 기후, 문명과의 단절은 범상한 우리들에게는 쉽게 극복되어지지 않을 것임에 틀림없다. 미친 사랑을 해보리라 다짐하지 않으면 갈 수 없고 뒤돌아보지 않고 줄달음쳐야만 올 수 있는 곳이라면 얼마나 얼만큼의 지독한 사랑이 필요할까?

 

누워서 울렁대는 길 몇 시간

바람이 흔드는 요람에 누워

품었던 탐심 벗어두고

생각도 속내도 비우셔야 합니다

길 잃을까 염려되면

쥐어드린 지도 품에서 꺼내어

수평 가까이 나는 새에게 물어서 오십시오

안부 궁금해 말라

짧게 써서 남기기고

손을 흔드는 위태로운 난간

해변의 몽돌들 속삭임이 일러주는 말들

가난한 생각으로 귀 담았다가

적적함이 베이거든 꺼내들고 석 달 열흘

마음을 문질러야 만나게 되는

 

독도리에 오시려거든

한번쯤 미친 사랑 해 보리라

줄달음에 오십시오

 

- 시 「독도리에 오시려거든」 전문

 

그는 이미 안다. 독도의 생활이 얼마나 힘든 고독의 시간이며 절대 면벽의 고통인가를 속속들이 알면서도 그는 독도를 사랑한다. 「독도리 일기」는 격절된 삶의 단순성과 무료함의 실상을 잘 드러내 보여준다. 도시의 우리들이 열망하는 자연에의 회귀가 사실은 얼마나 큰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지를, 자연을 노래하고 음미하는 것이 엄청난 내공을 요구하는 지난한 사치인 것을 우리에게 조용히 타이른다. 편부경 시인의 시는 직설적이고 그만큼 시가 갖추어야 할 여러 요소들을 과감히 덜어내 버린다. 이 점이 ‘언어와의 싸움’이라는 시인의 미학적 접근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부경 시인의 이번 시집은 몇 가지 점에서 중요한 의의를 갖는다. 우선 그의 시들이 현장성을 갖추고 사건의 관찰자가 아니라 사건의 생성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시인들이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면서 사물이나 대상을 탐색하는데 번해서 편부경 시인의 시는 시인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사건의 중심에 초점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번에 수록된 대부분의 시가 관조나 언어의 조탁 彫琢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 그것을 증명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의는 ‘독도’라는 강열한 하나의 주제를 다루면서 시가 역사적 기록으로 증명될 수 있다는 사례로 남을 수도 있다는 귀중한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사랑은 개인적 감성에서 출발하여 국토와 민족을 관통하고 끊임없는 실천을 통해서 확대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의 이번 시편에서 증오를 말하지 않고 일관되게 사랑과 관심을 역설한 것은 소중한 가치가 아닐 수 없다.

 

편부경 시인은 지난 해 편낸 독도 앤솔로지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에 필자로 참여한 바 있다. 그러한 인연으로 시인의 면모를 일목요연하게 독자들에게 드러내어야 할 책무를 맡았으나 글을 마치려 하니 식견의 좁음으로 시인의 진의 眞意를 제대로 찾아내었는지 의심스럽다. 오히려, 시인은 시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할 뿐 아니라 독자들에게 숭고한 정신의 향기를 흘려보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이제 이 글에서 미처 다루지 못했던 부분을 언급함으로써 이 글을 마치려고 한다. 그것은 이제껏 무성하기만 했던 ‘민족문학’의 초석 하나가 이번 시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70년대 이후 여러 갈래로 논의되어 왔던 ‘민족문학’의 성격이 편부경 시인의 이번 시집으로 그 실마리를 명확해지기를 바라는데, 그것은 보다 깊은 비평의 안목으로 다루어져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독도풍랑 편부경 시인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독도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희망한다. 우리가 사랑하지 않는 국토는 이미 죽은 땅에 불과하다. 우리들 가슴에 독도가 하나씩 자리할 때까지 아직 시인은 쓸쓸하다.

 

청와대 푸른 기왓장이다

외교통상부다

해양수산부다

정부당사다

해양경찰청이다

국회의사당이다

 

세종로에 있다

서대문 로타리에 있다

여의도에 있다

너에게 있다

나에게 있다

 

보도블럭 위에 있다

아스팔트 위에 있다

전경들 발밑에 구겨진

전단지 안에 있다

 

죽은 자의 한 줌 재이다

유족의 넋나간 울음소리다

영안실 바닥에 흩어진 국화잎이다

조문객의 흙 묻은 신발바닥이다

어두울수록 빛나는 별이다

 

- 시 「독도는」 전문


* 이 글은 편부경 시인의 시집 『독도 우체국』 (2004.08, 한결)에 수록되었다.

* 편부경 시인은 월간 조선문학으로 등단하였고, 시집 『깨어지는 소리는 아름답다』, 앤솔로지 『영혼까지 독도에 산골하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