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그곳이 가고 싶다(신문 스크랩) 551

다산과 강진

전남 강진 덕룡산에는 고대 유적처럼 숨겨진 공간인 용혈(龍穴·용굴)이 있다. 고려 때 은퇴한 당대 최고의 고승들의 수도처였던 곳이다.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다산은 고려 때 승려 천책이 남긴 시문에 반해 그의 자취를 좇고자 해마다 한 번씩 제자를 데리고 이곳을 다녀갔다. 해골처럼 두 개의 구멍이 뚫린 용혈은 안쪽 공간이 제법 넓고 높다. 동굴 한쪽에는 하늘로 뚫린 구멍이 있는데 이 구멍으로 용이 승천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고승 천책 → 다산’ 세월을 뛰어넘은 답사기 잡풀 헤치고 찾아낸 ‘백운동 정원’… 다산의 감동을 다시 느끼다 고려 高僧 천책이 남긴 ‘호산록’에 매료된 다산 매년 ‘용굴’로 소풍 다니다 유배 풀린 뒤 다시 폐허로 다산 연구자 정민 교수가 200년 만에 찾아내 백운동 원림 12景에..

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양반의 불꽃놀이

하회마을에서 펼쳐진 양반의 불꽃놀이 [중앙일보] 입력 2020.08.07 00:03 선유줄불놀이 “낙화야!” ‘세계유산축전 경북’ 개막 지난달 31일 오후 10시 경북 안동 하회마을. 만송정 솔숲에 모인 수천 명이 “낙화야!”를 외치자 낙동강 건너 부용대에서 시뻘건 불덩어리가 떨어졌다. 동시에 만송정과 부용대를 이은 줄에서 불꽃 수만 개가 비처럼 타 내려갔고, 낙동강에는 ‘달걀불’이라 불리는 연등이 떠내려갔다. 조선 양반의 대표 레저 선유줄불놀이(사진)가 재현된 찰나다. 선유줄불놀이는 오늘까지 내려오는 양반의 민속놀이 중 가장 화려하고 규모가 크다. 놀이의 의의는 차치하더라도 우선 볼 만하다. 이 놀이는 세계에서 흔치 않은 불꽃놀이다. 서양의 불꽃놀이는 하늘을 향해 불꽃을 쏴 올리지만, 우리 선조는 강물..

청송

경북 청송의 주왕산 절골 트레킹 코스. 기암의 석벽이 병풍처럼 일어선 협곡을 걷는 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절골계곡은 조금만 비가 내리면 계곡 길이 끊겨 출입이 통제됐지만 지난해 가을 물을 딛고 건너야 하는 곳에 징검다리를 설치해 웬만한 비에도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번이 징검다리를 놓고 맞은 첫 장마다. 차로 갈 수 있는 적요한 계곡… 숲그늘서 뒷짐지고 트레킹 찻길로 이어지는 노루용추계곡 너구마을 등산로 순한길 이어져 방호정·백석탄 등 지질명소도 주방천 반대쪽 절골계곡 따라 손 담그고 탁족 즐기는 코스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어 비 많이 오면 계곡 길 잠겼는데 시멘트 깔고 징검다리 만들어 올해부터 물 가득한 풍경 만나 본격 휴가 시즌을 앞두고서 밀집 여행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

여름 낙동강 즐기는 법

강물 위 걷다가 훨훨 날아볼까…여름 낙동강 즐기는 법 [중앙일보] 입력 2020.07.10 00:02 수정 2020.07.10 01:48 힘내라 대구·경북 ③ 상주 경북 상주는 뼈대 있는 도시다. 고려 시대인 1314년 경주와 상주의 이름을 따 ‘경상도’가 생겼다. 조선 시대에는 도를 관할하는 경상감영, 즉 도청 소재지였다. 고대국가인 사벌국과 가야도 상주를 중심으로 위세를 떨쳤다. 땅덩이는 얼마나 넓은지, 서울의 갑절이 넘는다. 드넓은 상주에서도 예부터 관광의 중심은 낙동강이었다. 조선 선비들은 낙동강에서 배를 띄우고 풍류를 즐겼다. 지금은? 온몸으로 낙동강을 만끽한다. 자전거 타고 강변을 질주하고, 수상탐방로를 걷고, 낙하산 타고 하늘에서 강을 굽어본다. 여름 상주는 낙동강이 있어서 해수욕장과 워터파..

울릉도

삼목터널 지나니 관음도가 바로 눈앞…천부항선 바닷속 구경 [중앙일보] 입력 2020.07.03 00:02 | 힘내라 대구·경북 ② 울릉도 울릉도 일주도로가 지난 2018년 12월 완전 개통했다. 덕분에 울릉도 여행이 보다 빠르고 쉬워졌다. 이제 렌터카로 마음 내키는 대로 섬을 누빈다. 저동항에서 1시간 이상 돌아가야 닿을 수 있었던 삼선암도 지금은 10분 거리로 가까워졌다. 울릉도는 까다로운 여행지다. 뱃길 따라 3시간. 거센 파도를 견뎌야 섬에 닿는다. 섬 바깥쪽은 모조리 해안절벽이요, 안쪽은 육중한 산이다. 도로 대부분이 경사 심한 기슭에 걸쳐 있다. 그런데도 매년 30만 명이 넘는 여행자가 울릉도를 찾는다. 다른 곳엔 없는 비경, 천혜의 자연이 있어서다. 울릉도는 경북의 23개 시·군 중 유일한 ‘..

안동 하회마을

세계유산 하회마을, 옛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중앙일보] 입력 2020.06.26 00:03 손민호 기자 힘내라 대구·경북 ① 안동 하회마을 중앙일보가 대구·경북 응원여행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은 대구·경북 지역의 관광 명소를 가을까지 차례로 소개합니다. 대구·경북 응원여행 캠페인은 대구·경북을 격려하는 여행이자 대구·경북에서 힘을 얻는 여행입니다. 여행은 공감입니다. 세계유산 2개 거느린 천하 명당 병산서원~하회마을 숲길 걷고 부용대서 내려보면 태극 강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은 천하의 명당이다. 산이 강을 품고 강이 마을을 보듬는다. 마을이 들어앉는 모양이 배가 나아가는 모습이라고도 하고, 연꽃이 핀 것 같다고도 한다. 부용대 위에 드론을 띄워 하회..

태백 트래킹

태백산 국립공원의 부쇠봉과 문수봉 아래 계곡인 백천계곡의 숲길. 짙은 초록의 숲이 거대한 터널을 이루다시피 한 길이다. 백천계곡 트레킹은 처음부터 끝까지 열목어가 사는 차가운 백천계곡 물길을 끼고 걷는다. 태백과 봉화가 접경을 이룬 곳에는 최고의 자연휴양림으로 일컬어지는 국립청옥산자연휴양림이 있다. 맑고 차가운 계곡·이끼·터널숲 어우러진 백천계곡… 뒷짐 지고 어슬렁어슬렁 걷는 왕복 2~3시간 코스 태백산 자락 영동선 승부역 일대서 양원역까지 5.6㎞ 트레킹 구간 ‘절정의 비경’ 시멘트 포장길·숲속 오솔길·강변 자갈길 밟는 재미도 ‘쏠쏠’ ‘사회적’이든, ‘생활 속’이든, ‘거리 두기’의 의무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거리를 둔 지 이제 대여섯 달 남짓이지만, 백두대간의 봉우리들이 파도처럼 일어선 강원 태백과..

야간 나들이

요즘 밤에 성곽길·박물관 가봤나요?… 달빛 아래 걷다보면 코로나 블루 치유 조선일보입력 2020.05.30 03:00 박근희 기자 언택트 여행… 야간 산책 코스 경기도 수원화성 성곽을 사이에 두고 걷는 시민들. 야간엔 무료 개방한다. /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코로나 사태로 걷기나 자전거 여행, 캠핑, 등산 등 이른바 '언택트(비대면) 여행'이 유행이다. 특히 특별한 훈련이나 장비, 경제적 투자 없이 튼튼한 다리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유산소운동인 걷기 여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부 지자체에선 코로나 사태로 시민의 떨어진 체력을 증진시키고자 걷기 장려 캠페인을 벌이는 중. 때마침 고궁 등 문화 시설의 야행(夜行), 야간 개장도 기지개를 켰다. 코로나 사태 속 인파를 피해 조용히 거리 두며 ..

나주

전남 나주 동강면에서 바라본 무안 몽탄의 늘어지 마을 일대의 모습. 영산강의 물길이 굽이치며 지형을 한반도 모양으로 만들었다. 강이 빚은 한반도 형상의 지형은 전국 곳곳에 있지만, 대부분이 댐 건설로 수위가 높아져서 만들어진 것. 손대지 않은 자연 하천이 한반도 지형을 만드는 건 드문 일이다. 상류 4차선 도로와 달리 하류는 강따라 호젓한 2차선 34㎞ 물결 가깝고 습지 많아 운치 … 바늘땀처럼 곳곳엔 亭子 황진이 무덤서 詩 읊다 파직된 문장가 임제 기린 문학관도 향나무 품은 장춘정·최고의 경관 석관정·노거수 늘어진 식영정 몽탄의 ‘늘어지 마을’엔 굽이치는 물결이 빚은 한반도 지형 표해록 쓴 선비 최부·복암리 고분선 1500년전 비밀 푼 번데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렬하게 확산하던 ..

섬 여행

2시간만에 섬 3개 돌아본다, 자전거 여행 천국 ‘신시모도’ [중앙일보] 입력 2020.05.06 14:20 수정 2020.05.06 16:40 삼형제 섬으로 불리는 인천 옹진군 신도, 시도, 모도는 자전거를 타고 둘러보기 좋다.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세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모도 해변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커플의 모습. 김성룡 기자 코로나19 시대, 자전거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타인과 접촉할 일이 거의 없는 교통수단이자 운동 종목이어서다. 생활 속 거리두기도 실천하면서 봄을 만끽할 수 있는 방법으로 ‘자전거 여행’만 한 게 없을 것이다. 사람 복작복작한 공원 말고 어디가 좋을까. 지난 4일 서울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인천 옹진군 신도·시도·모도를 다녀왔다. 명성대로 자전거 천국이라 할 만한 섬..

울진

첩첩한 산과 계곡이 이어지는 경북 울진의 불영계곡. 풍경이 마치 수묵으로 그린 옛 그림 같은 느낌이다. 암봉을 병풍처럼 두르고 들어앉은 절이 불영사다. 왼쪽에 계곡을 끼고 이어지는 길이 직선화된 36번 국도가 새로 나면서 아스팔트를 걷어내 농로 수준의 길로 복원될 예정인 옛 36번 국도다. 36번 국도 직선화로 옛 도로는 비포장으로 복원 S자·U자 길따라 빼어난 기암절벽·계곡 도로변 선유정·불영정 오르면 시원한 풍경 어느덧 봄꽃의 계절 지나고 ‘新綠의 시간’초입 들어서 죽변 해안길 따라 2.4㎞ 레일바이크 육지서 400m ‘海中전망대’… 눈앞에 바닷속 세상 이미 명소가 된 금강송에코리움 · 등기산 스카이워크 관동팔경인 망양정·월송정까지 ‘종합선물세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극복하고 나..

우리 동네 봄꽃들

쇠별꽃, 조동진의 제비꽃…바로 집 앞에 있구나 [중앙선데이] 입력 2020.04.11 00:05 수정 2020.04.11 11:35 | 박범신은 소설 『은교』에 이렇게 쓴다. ‘열대 엿 살이나 됐을까. 명털이 뽀시시 한 소녀였다. 턱 언저리부터 허리께까지, 하오의 햇빛을 받는 상반신은 하얬다. 쇠별꽃처럼.’ 코로나19 속 아파트 단지의 봄꽃 맞이 봄은 더디 왔다가 잰걸음으로 빠진다. 명멸의 요약본, 진화와 퇴화의 축소판이다. 환희와 안타까움의 뒤섞임에, 우린 그래서 봄을 사랑하는지도 모른다. 쇠별꽃은 이 봄에 핀다. 습기가 조금 있는 곳이라면 앞마당, 길가, 산기슭 가리지 않고 터를 잡는다. 우리 동네에는 생각보다 많은 꽃이 있다. 이 기사의 지면을 캡처해서 온라인 버전으로 옮겼다. 김홍준 기자, 지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