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7/19 8

자서

자서 울타리가 없는 집이라고 오랜 친구가 나를 일러 그리 불렀다. 무리(無籬)라 읽어야 마땅한데 그는 나를 늘 무이라 불렀다. 그 때마다 나는 무리(無理)와 무이(無二) 사이에서 할 말을 잃었다. 그저 하루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살면서 어느덧 고희가 되어 가는데 마땅히 이룬 것도 없고, 아쉬운 것도 없지만 친구의 말 대로 울타리가 없는 자유를 잊은 적은 없다.내게 시는 내면에서 솟구쳐 오르는 안타까움의 고백이었을 뿐이지만, 이 말은 나름대로 생(生)을 통찰하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였다. 닿을 듯 닿지 않는 저 너머가 늘 궁금한 것이다.

안부 (2021.12) 2024.07.19

고속 성장 달음질 속 그림자를 잃어버린 한국

고속 성장 달음질 속 그림자를 잃어버린 한국중앙일보입력 2024.07.16 00:26업데이트 2024.07.16 18:29입체적 성장을 위하여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오늘날 많은 이들에게 인생은 일종의 거래처럼 보인다. 사회에 나아가 자기가 가진 재화를 거래하고, 그 거래 과정에서 끊임없는 손익 계산이 이루어지고, 그 거래에서 이익을 본 사람은 마침내 자신의 처지를 조금이나마 향상하는 데 성공한다. 프랑스 출신의 독일 작가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의 소설 『그림자를 판 사나이』의 주인공 슐레밀은 바로 그런 거래에서 ‘대박’을 친 사람이다. 자신의 그림자를 건네주고 금은보화를 마음껏 꺼낼 수 있는 주머니를 얻는 데 성공했으니까.그림자마저 팔아가며 해낸 성장이젠 전 지구적으로 한계 부닥쳐빛과 어둠 함께해야..

김영민 칼럼 2024.07.19

김건일 시집 『밭 만들기』(2019): 농본주의자 農本主義者의 귀거래사 歸去來辭

농본주의자 農本主義者의 귀거래사 歸去來辭나호열 시인· 문화평론가  1.  김건일 시인은 2020년 9월 작고하기 전까지 다섯 권의 시집을 냈다. 첫 시집『풀꽃의 연가(1984)』를 시작으로『뜸북새는 울지도 않았다』(1987),『꿈의 대리 경작자』(2006),『 꽃의 곁에서』(2006) 와 생전 마지막 시집『밭 만들기』(2019)를 상재한 바 있다. 월간『시문학』1973년 11월호에 이원섭, 조병화 시인의 추천을 받아 등단한 시력詩歷을 비춰볼 때 다섯 권의 시집은 과작寡作이라고 보여진다.   오랜 기간 동안 ‘광화문 사랑방 시낭송회’를 이끌고,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한 사실을 상기해 볼 때, 그의 과작이 문학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살아온 것에 연유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이는 시인의 과작이 시적 감성의 ..

낭만시인 첫걸음 3강

낭만시인 첫걸음 3강 ■ 어머니를 비유하기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모아질 때장맛비가 날아와 파꽃을 텁니다 생전처럼 마음 급한 나비는둔덕을 돋우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습니다눈을 떴다 감았다잠깐의 쪽잠도 힘듭니다 왜 손바닥만 비빌까나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안구에 흰구름이 끼고, 자면서도 웅얼웅얼 파꽃이 비에 엎어질까파 씨가 뿌리내리지 못할까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렸습니다 어미의 파뿌리를 딛고 선 나도 파꽃 여자 입니다.  -시집 『모르는 영역』 (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권영옥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로 작품 활동 시작시집 『청빛 ..

전남 신안

어판장 찍고, 모래해변 걷고… 차로 유람하는 ‘10여개의 섬’[박경일기자의 여행]문화일보입력 2024-07-18 09:22전남 신안 자은도의 둔장해변. 이렇게 거대한 백사장도 ‘해수욕장’이 아니라, 둔장 어촌체험마을의 ‘해변’일 따름이다. 자은도에는 인적 하나 없는 광활한 백사장을 가진 해변이 곳곳에 있다.■ 박경일기자의 여행 - 여름휴가 제격… 전남 신안 섬 드라이브송도, 제철 민어 등 해산물 싱싱최고품질 새우젓 줄지어 경매비싼 건 드럼통 하나 1300만원증도, 국내 최대크기 태평염전선착장 여객선 자은도로 이어져자은도, 끝모를 고운 모래 해변서쪽 분계해수욕장엔 ‘아늑함’축구장 70개 크기 자연휴양림도암태도, 일제강점기 ‘소작쟁의’당시 지주 그후 독립운동자금 대신안 = 글·사진 박경일 전임기자 parki..

김부식·윤언이·정지상·묘청의 네 갈래 길

김부식의 금 사대 현실론은 역사 퇴보였나중앙일보입력 2024.07.19 00:24김부식·윤언이·정지상·묘청의 네 갈래 길이익주 역사학자11세기 고려는 평화로웠다. 1019년 강감찬의 귀주대첩으로 거란의 침략을 물리쳤고, 이 승리를 바탕으로 평화를 지켰다. 그러다 12세기 초 만주에서 여진이 흥기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여진은 부족을 통일한 뒤 금나라를 세웠고, 거란과 송나라를 차례로 멸망시켰다. 그사이에 고려와도 충돌했다. 윤관의 9성 개척과 환부(還付)는 여진이 아직 나라를 세우기 전에 있던 일이었다. 금나라의 등장에 따른 동북아 질서의 급격한 변동은 고려의 오랜 평화를 뒤흔들었다. 오늘 이야기는 국가의 위기에 대처하는 네 사람의 서로 다른 방식에 관한 것이다.조공 바치던 금 돌연 형 대접 요구묘청 풍수..

문화평론 2024.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