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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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시인 첫걸음

낭만시인 첫걸음 3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7. 19. 14:47

낭만시인 첫걸음 3

 

어머니를 비유하기

흰 수건

권영옥

 

채전은 나비에게 경계 너머에만 있습니다

나비가 울타리를 넘어와 파밭을 돌더니

어제처럼 손을 비빕니다

나비 손이 파꽃 위에 봉긋이 모아질 때

장맛비가 날아와 파꽃을 텁니다

 

생전처럼 마음 급한 나비는

둔덕을 돋우느라 손톱 밑이 새까맣습니다

눈을 떴다 감았다

잠깐의 쪽잠도 힘듭니다

 

왜 손바닥만 비빌까

나비의 눈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안구에 흰구름이 끼고, 자면서도 웅얼웅얼

파꽃이 비에 엎어질까

파 씨가 뿌리내리지 못할까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렸습니다

 

어미의 파뿌리를 딛고 선 나도 파꽃 여자 입니다.

 

-시집 모르는 영역(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권영옥

 

아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시집 계란에 그린 삽화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청빛 환상, 모르는 영역(현대시학 시인선 068, 2021) 이 있음.

두레문학상 수상

 

해설

 

어머니는 보편적 고통의 가장 가시적이고 현실적인 이다. 어머니는 슬픔과 고통, 그리움의 기표이다. 일반적으로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한다. “경계 너머의의 어머니가 나비의 모습으로 경계를 넘어온다. 비존재가 존재로 현현할 때 형태변용metamophosis'이 일어난다. 언어의 형태변용은 은유이다. 화자가 나비를 엄마인지 단박에 알아버릴 때, 메티포는 탈코드화 decoding 된다. 어머니는 어머니이면서 동시에 나비가 된다. 이것이 경계 너머의 존재를 현재로 불러오는 시인의 방식이다.

                 - 오민석 (문학평론가)

 

알아두기

 

기표記表 signifiant - 기의記意signifié

형태변용 metamophosis

메타포어 metaphor

탈코드화 deco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