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2024/07/15 6

마을 모든 생명의 유일한 젖줄인 우물을 지켜온 큰 나무

[나무편지] 마을 모든 생명의 유일한 젖줄인 우물을 지켜온 큰 나무  ★ 1,241번째 《나무편지》 ★   회화나무 꽃송이가 길 위에 한가득 내려앉았어요. 이맘 때의 어디에서라도 볼 수 있는 풍경이겠죠. 꽃 피고 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건만 새로 피어난 꽃을 바라볼 때와 달리 길 위에 시들어 떨어진 꽃을 바라볼 때의 느낌은 참 다릅니다. 바라보는 사람 없이 적적히 피었다가 떨어진 꽃송이는 더 그렇습니다. 본성에 따라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사람들의 비질에 씻겨 청소차에 실려 추방되어야 하는 쓰레기 신세인 걸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나뭇가지에 열매 맺힐 흔적만큼은 남겨놓았으니, 떨어진 회화나무 꽃으로서야 할 일 다 하고 떨어진 셈이겠지요.   수북이 쌓인 사진첩에서 그 동안 만났던 회화나무..

[5] 강가에 핀 봄소식

[정수윤의 하이쿠로 읽는 일본] [5] 강가에 핀 봄소식정수윤 작가·번역가입력 2024.02.15. 03:00업데이트 2024.03.22. 16:55   버들강아지빛줄기에 닿으니봉긋해지네 猫柳日輪[ねこやなぎにちりん]にふれ膨[ふく]らめる 날이 한결 포근하다. 우리 집 강아지 연필도 봄바람에 들떴다. 한 번 산책에 나서면 허공에 코를 킁킁대며 집에 갈 생각을 안 한다. 이봐, 봄이야. 이건 봄이라고. 그런데 집에 들어간다? 인간, 감성이 메말랐구나. 조금만 더 돌자. 그런 눈빛. 네 마음은 알겠는데 얼른 가서 오늘의 하이쿠 찾아야 해. 하지만 30분 정도 더 도는 건 괜찮겠지. 그렇게 봄날 강아지 마음에 져서 마을 한 바퀴를 더 돈다. 그럴 때면 탐스러운 꼬리가 한껏 말려 올라가 ‘봄이다, 봄이야’ 하고 재..

낭만시인 첫걸음 - 2 강

낭만시인 첫걸음 - 2 강  ■ 현대시가 난해해지는 것은 부조리한 현상의 추상화抽象化에 있다.■ 현상(사물)에 대한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그 현상에 함축된 삶의 의미를 통찰하 는 것이 좋은 시를 쓰는 지름길이다. ■ 오늘의 시우리가 돌담 아니던가요? 곽성숙 친구 집 들어가는 돌담을 걷다가 바람을 솎아주고 가는 길을 내어준다는 제주의 돌담은, 바람의 길이라는 말이 생각났어요 제주 구럼비 마을에서 들은 파풍이라는 말도 떠올랐어요 破風, 놀라운 말이 아니던가요? 바람을 깨기 위해서 필요한 제주 돌들의 구멍, 그런 바람의 길을 가슴에 몇 개씩은 품고 살아가는 우리들이 아니던가요? 하나는 나를 위해, 하나는 당신을 위해, 하나는 못 견딜 이 삶을 위해, 들어오는 문은 다 다른데 안에서는 드글거림이 같은 이..

김수영이 숨겼던 ‘性’이란 시, 아내는 치욕 참고 발표했다 [백년의 사랑]

김수영이 숨겼던 ‘性’이란 시, 아내는 치욕 참고 발표했다 [백년의 사랑]에디터이경희김수영 시인의 아내 김현경 여사가 들려주는 ‘백년의 사랑’(5·최종)‘백년의 사랑’ 요약김수영 시인이 첫사랑에게 버림받고 방황하던 1942년 일본 유학 시절. 절친인 이종구가 ‘사랑하는 조카딸’이라며 예뻐하던 여섯 살 아래 김현경을 김수영에게 소개한다. 김현경은 이종구와 김수영을 모두 ‘아저씨’라 부르며 문학을 논한다.김현경은 첫사랑 배인철 시인을 총격으로 잃고 구설에 오른다. 김수영 시인은 고립된 김현경을 가장 먼저 찾아와 “문학하자”고 말한다. 문학이 사랑이자 구원이었던 둘은 관습을 뛰어넘어 동거하고, 결혼한다. 임신한 김현경을 두고 의용군으로 끌려간 김수영은 가까스로 탈출하지만, 포로로 붙잡혀 2년3개월간 구금된다...

녹 벗겨내자 나체 드러났다, 2만8000원에 산 고물의 비밀

녹 벗겨내자 나체 드러났다, 2만8000원에 산 고물의 비밀강혜란“모든 볼거리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고 아쉬워한 적이 있나요. 아무래도 인구 1000만 명의 국제도시인 서울을 중심으로 볼 만한 공연·전시 등아 몰린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찾아보기에 따라 우리 동네 근처까지 온 ‘주말의 비타민’을 즐길 수 있습니다.지금 전국 방방곡곡에선 우리 문화유산 ‘대표 주자’들이 순회전시 중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각 시·도 지자체 및 지역 공립박물관과의 협력하에 ‘국보순회전: 모두의 곁으로’를 오는 12월까지 이어갑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국보·보물 등 중요 문화유산 6종(총 22건 29점)을 주제별로 3~7점씩 묶었어요. 상반기엔 당진·보령·합천·상주·강진·남원 등 6곳, 하반기엔 증평·장수·고령·해남·함안·양구 ..

유물과의 대화 2024.07.15

분노조절장애

[에디터 프리즘] 분노조절장애중앙선데이입력 2024.07.13 00:10업데이트 2024.07.13 06:05박신홍 정치사회에디터프로야구 막판 순위 다툼이 한창이던 지난해 가을 ‘야구팬들이 항상 화나 있는 이유’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SNS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응원하는 팀이 이기든 지든 늘 불안하고 화가 나는 게 야구팬의 숙명이란 것이 강의 요지였다. 크게 지면 “또 졌네”라며 대노하고 아깝게 지면 “기껏 따라붙었는데 이걸 지네”라며 극대노한다. 심지어 꾸역승을 해도 “이렇게 꼭 진을 빼야 할 경기였냐”며 화를 내고 크게 이겨도 “내일과 나눠서 좀 치지”라며 이내 불길함에 사로잡힌다. 게다가 1위 팀도 10번 중 4번은 패하고 3할 타자도 7번은 범타로 물러나니 그때마다 화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에 많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