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바람과 놀다 (2022.12)

양수리에서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5. 3. 4. 12:48

양수리에서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양수리에 온다

날갯죽지를 상한 물총새

뛰어들까 말까 망설이는 갈대숲이

귓가에 물소리를 가까이 적신다

신문지에 가득 담겼던 세상일이

푸른 리트머스 시험지에 녹아

깊이를 알 수 없는 흐름으로 덮혀 가고

가진 것 없으면서 가난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생명을 키운다

슬픔도 잘만 익으면

제 맛 나는 술이 되는가

흙탕물이 덮쳐오는 세월도 스스로 걸러

함부로 노하지 않는다면

몸과 몸을 부딪쳐도 나무랄 일 없겠네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 양수리에 와서

노을 지는 팔당댐을 바라보면서

마음속에 갈대숲과 물총새의 비상을 가득 담는다

물보라로 사라지는 시간의 저 너머로

낚싯대를 길게 길게 내던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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