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은 선생님]
[식물 이야기]
단풍나무보다 더 붉게 물드는 가을 전령사… 열매에선 짠맛 나지요
붉나무
요즘 양지 바른 산 가장자리나 둘레길을 걷다 보면 잎이 막 붉게 물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잎자루에 좁은 잎 모양의 ‘날개’가 있는 나무가 있다면 붉나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붉나무는 전국적으로 자라는 옻나뭇과 나무입니다. 우리나라만 아니라 중국·일본·대만과 동남아까지 널리 분포합니다. 최대 높이가 7m 정도인, 그리 크지 않은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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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뭇과 나무여서 꽃이나 열매, 잎 모양이 옻나무·개옻나무 비슷한 느낌을 주지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뚜렷한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붉나무잎은 달걀 모양의 작은 잎 7~13장이 깃 모양으로 붙어 있습니다. 이 작은 잎들을 연결하는 자루에 좁은 잎 모양의 날개가 달려 있습니다. 이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이 나무를 쉽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풀 중에서는 바디나물, 나무 중에서는 중국굴피나무 정도가 잎자루에 날개가 있습니다. 흔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구별 포인트로는 더없이 좋습니다.
다음으로 붉나무는 가을이면 단풍나무보다 잎이 더 붉게 물듭니다. 잎이 얼마나 붉게 물들면 이름을 붉나무라고 지었을까요. 화살나무·남천 등과 함께 초가을부터 붉게 물들기 시작하는 가을 전령사입니다. 붉나무는 단풍나무 종류가 아니면서도 가을 산을 붉게 물들이는 대표적인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붉나무가 ‘소금나무’라고 불린다는 점입니다. 특징이 많은 만큼 별칭도 참 많은 나무입니다. 붉나무는 요즘 큰 모래알 크기의 동글동글한 열매를 원추 모양으로 잔뜩 달고 있습니다. 이 열매가 녹색에서 조금씩 붉은색으로 변해가는 중입니다. 붉나무의 작은 열매 표면에는 흰 가루 같은 것이 붙어 있는데, 이 가루가 시면서도 짠 맛이 납니다. 옛날에 바다가 너무 멀어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산간벽지에서는 이 열매를 우려내 소금 대신 썼다고 합니다. 그래서 붉나무를 ‘염부목(鹽膚木)’ 또는 ‘염부자’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붉나무 꽃은 7~9월 피는데 꽃잎은 흰색에 노란색이 조금 섞인 색입니다. 꽃송이 하나하나는 작지만 작은 꽃들이 모여 고깔처럼 커다란 형태를 만듭니다. 의외로 구수한 꿀 향기가 나니 기회가 있으면 꼭 맡아보세요. 꽃에 꿀이 많아 꿀벌의 활동을 돕는 밀원식물로 이용하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나무 잎자루에는 혹처럼 생긴 벌레집(충영)이 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옛날에 이 벌레집을 오배자(五倍子)라고 부르며 약재로 썼기 때문에 붉나무를 오배자나무라고도 부릅니다. 진딧물의 한 종류인 오배자면충이 기생해 생기는 벌레집이라고 합니다. 이 충영은 불규칙적인 혹 모양이지만 사람의 귀 모양을 닮은 것이 많다고 합니다.
붉나무는 우리 주변에 너무 흔해서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나무입니다. 하지만 붉은 단풍, 잎자루의 날개, 열매의 짠맛, 혹처럼 생긴 벌레집 등 개성 가득한 나무입니다. 가을이 가기 전에 둘레길이나 동네 야산을 걸을 기회가 있으면 잎자루에 날개가 있는 나무를 찾아 인사를 나누어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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