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의 호접몽

세상과 세상 사이의 꿈

모두 평화롭게! 기쁘게!

낭만시인 첫걸음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10강

장자이거나 나비이거나 2024. 9. 2. 16:22

낭만시인 첫걸음 시창작 10강

 

■ 사물의 현상으로부터 연상 聯想까지 !

 

사이시옷

     나호열

 

저 멀리

한 마리 학이 앉아 있는 듯

가까이 다가가면

서로 포근히 기대어

사이 시옷

사람(人)들이네

 

흙이 물과 불이 만나 이룩한

우주를 향해 펼친 날개

사이시옷의 물결을 보네

 

- 시집 『안부』(밥북 기획시선 30, 2021)

 

■ 나호열

 

충남 서천 출생. 『월간문학』(1986), 『시와 시학』(1991)으로 등단. 경희대학교 대학원 철학과 졸업. 시선집 『울타리가 없는 집』(2023), 『바람과 놀다』(2022), 시집 『안부』 (2021), 『안녕, 베이비 박스』 (2019), e- book 『예뻐서 슬픈』 (2019) 등 다수.

■ 해설

 

“기와를 노래함”이라는 부제가 달린 작품이다. 이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시인은 포개어진 기와를 보고 사람들이 사는 세상의 모습 떠올린다. 그것은 기와의 무게처럼 서로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인은 그 무게에 짓눌린 모습에서 “한 마리 학이 앉아” 있는 형상을 보고 “우주를 향해 펼친 날개”를 상상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이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켜켜히 쌓여 서로의 무게를 감내하며 오래된 기와처럼 낡아가고 있다. 이 시에서는 “ㅅ”이 시의 정서를 표현하는 음성상징으로도 작용한다. 시옷은 가벼운 느낌을 준다. ‘사르륵’, ‘사뿐’ 등 가벼움을 표현하는 것에 시옷이 많이 들어간다. 하진 그 가벼움이 쌓여 있어 무거워지는 아이러니를 이 시는 잘 표현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거운 인간사이지만 그 안에는 가벼움이 숨어있다는 이치를 시인은 우리에게 알려준다.

가벼워진다는 것은 세상의 짐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위 시에서처럼 이 모든 삶의 무게를 유지하면서도 자유를 얻는 방법 중 하나는 벗어날 수 있는 날개를 얻는 것이다.

■ 알아두기

* 연상 聯想

 

시인은 응시를 통해 시적 능력을 발달시킨다는 점이다. 즉 그는 자기 밖에 있는 세계와 자기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가만히 바라보고, 자신의 모든 감각을 이용해 인생의 불가사의와 슬픔과 기쁨을 느끼며, 끊임없이 인생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신비적인 바탕 무늬를 잡아내려고 애쓴다.

                                    - 이성복

* 머릿속에 떠오른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할 수 있는 이미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시중유화(詩中有畵) 화중유시(畵中有詩)’, 이것이 종자 받기[루이스(Cecil Day Lewis, 1904.4.27.~1972.5.22.)]다.

 

[이미지+이미지=이미저리 → 주제(가치와 정신) 확정)].

                                     - 송수권

■ 이미저리 imagery

 

육체적인 감각이나 마음속에서 생성되어 언어로 표출되는 이미지의 통합체